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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바둑 소년의 스타크 도전…정명훈(1)

SK텔레콤 T1은 '도택명'이라는 트로이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재욱과 김택용, 정명훈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팬들이 만들어준 별명인데요.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선수는 김택용이지만 최근에는 정명훈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정명훈은 SK텔레콤이 자랑하는 테란 라인의 적자(嫡子)입니다. 현재 SK텔레콤의 코치로 일하고 있는 '황제' 임요환, 군에 가 있지만 SK텔레콤을 대표했던 테란인 최연성의 계보를 잇는 선수입니다. SK텔레콤이 발굴했고 KT 롤스터의 이영호와 투톱이라 불리는 정명훈에 대해 '게이머그라피'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바둑 소년
부모님들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시켜보기 마련이죠.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태권도처럼 동적인 취미를 가져보라고 시키고 산만한 아이에겐 서예나 바둑 등 정적인 것을 배워보라고 제안하죠.

정명훈은 초등학교 시절 바둑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산만하다기 보다는 숫기가 없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웠던 정명훈이기에 부모님이 장기를 살리라고 바둑을 가르쳤다네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랐던 정명훈은 아마추어 1단까지 올라가면서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명훈의 바둑 사랑은 방송 인터뷰에서도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스타리그가 바둑을 게임으로 만든 '바투'로부터 후원을 받았는데요. 바투 스타리그 조지명식에서 정명훈은 바둑과의 인연을 공개하면서 "정통 바둑을 배운 유경험자로서 바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후원하는 것에 감사드리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명훈은 바투 스타리그에서 결승까지 올랐고 결승전에서도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서 우승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동의 노련미에 휘둘리면서 2대3으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어린 나이에 바둑을 배운 정명훈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접한 뒤에도 바둑의 이론을 접목시킨 듯한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습니다. 테란과 프로토스를 상대로 한 번 집을 짓기 시작하면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어 놓는 경기가 많았죠. 그리고 한 쪽으로 시선을 빼놓은 뒤 반대쪽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 또한 바둑을 접하면서 키워 놓은 공간 감각을 게임으로 이전시킨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게이머그라피] 바둑 소년의 스타크 도전…정명훈(1)

◆중학교 때 시작한 스타크
정명훈은 중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본격적으로 즐겼습니다.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정명훈이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접한 이후 재미에 푹 빠졌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 가운데 하나인 바둑을 즐겼던 정명훈에게 스타크래프트는 자리 잡고 집을 지어 승리하는 바둑을 실시간으로 옮겨 놓은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였습니다.

실력이 급상승한 정명훈은 중학교 때 SK텔레콤 T1의 연습생으로 발탁됐습니다. 2006년도 이야기인데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정명훈은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상경하지 않고 온라인 연습생으로 실력을 닦은 것이지요.

SK텔레콤 T1이 2006 시즌 전기리그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부산에 내려왔을 때 정명훈을 처음 봤습니다. 당시 저는 SK텔레콤 담당 기자로 부산 출장에 동행했는데요. 선수들이 연습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선수들을 취재했는데요. 오후 4시쯤 됐을 때 교복을 입은 훤칠한 학생 한 명이 SK텔레콤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PC방 주인이 학생을 제지하더군요. 결승전을 앞두고 게임단은 전략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일반 손님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PC방 측에 협조를 구한 상태였고 일반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쪽으로 다가가니까 자연스레 막은거죠.

알고 보니 주인에게 제지당한 사람이 바로 정명훈이었습니다.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정명훈은 선배들이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부산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연습을 도와주기 위해 해운대 근처에 위치한 PC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코치들이 SK텔레콤의 연습생이라고 이야기를 한 뒤에 한 켠에서 연습을 도와주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백업 테란
2007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정식 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은 정명훈은 서서히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은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임요환은 공군에 입대한 상황이었고 박용욱과 최연성은 어깨와 손목 등 부상을 겪고 있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프로리그를 제패하긴 했지만 후유증을 겪고 있었던 시점이었죠.

정명훈은 전상욱, 고인규의 백업 카드로 기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선을 수 차례 통과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7시즌 전기 프로리그에 두 번 출전해 1승1패를 기록했고 후기리그에서도 강민을 잡아내는 등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단일 시즌으로 치러진 2008시즌에도 5번의 출전 기회를 부여받은 정명훈은 1승4패에 그치면서 주전으로 프로리그에 출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정명훈이 주전급으로 급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는데요. 2008년 가을에 열린 인크루트 스타리그입니다. 이 대회를 통해 정명훈은 새로운 스승인 최연성 코치와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2편에서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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