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지난 주 치러졌던 새로운 방식의 준결승전, 어떠셨나요? 구성 자체가 약간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지금껏 치러졌던 그 어떤 카트리그 경기보다 '전략'과 '변수'라는 측면이 두드러진 한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전 방식, 그리고 크로스 토너먼트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오늘은, 지난 주 준결승 1차전 경기의 내용을 되짚어보고, 13일 치러질 준결승 2차전에 대한 얘기를 이어서 해 볼까 합니다. 결과와 숫자만 놓고 평가하기엔 정말 재미있는 내용이 많거든요.
◆똑같은 집안싸움, 트리플만 웃다.
1조 경기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오존게이밍의 분위기는 꽤 좋았습니다. '하품호' 선수들이 1위로 경기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61포인트로 피니쉬라인에 턱걸이하는 성적이었으니까요. 이제 2조에서 유영혁이 속한 '오존어택'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최대 74포인트에 근접하는 성적으로(60포인트 선취 방식에서 최대 획득 포인트는 74포인트입니다.) '오존레이지'와 1, 2위를 기록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트리플퍼펙트 소속의 '베스트BJ'가 일을 내고야 맙니다. 최종 누적포인트는 '오존어택' 60포인트, '베스트BJ' 58포인트, '오존레이지' 57포인트의 기록이었죠. 단 1포인트 차이로 '오존레이지'를 3위로 밀어내고,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오존게이밍의 집안싸움을 이뤄냈습니다. 1위를 기록한 유영혁 역시 한 경기만 삐끗했어도 3위로 밀려날 수 있는 점수차였기에, 장진형과 조성제를 구해 낼 여력은 없었습니다.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베스트BJ.
그리고, 준결승 1차전에서 기록한 '베스트BJ'의 조 2위는 여러 의미를 가집니다. 준결승에서 오존게이밍의 전략은 확실했습니다. 준결승에 진출한 3팀 모두 조 2위 이상의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 결승에서 '문호준 vs 오존 3팀'을 만들겠단 생각이었죠. 그런데 '베스트BJ'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이 전략은 붕괴됐습니다.
당장 이번 주 준결승 2차전에서 문호준의 '하품호'와 오존게이밍 2팀이 같이 경기를 하게 됐거든요. 결국 오존게이밍은 유영혁이 없는 상태에서 문호준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오존 게이밍과 마찬가지로 트리플퍼펙트도 집안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집안싸움에서도 트리플 선수들은 웃을 수 있습니다. 승부를 한번 걸어 볼 수 있거든요.
준결승 2조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은, '유영혁의 '오존어택' vs 트리플 3팀'이 돼 버렸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아직은 오존게이밍에 비해 떨어지는 트리플퍼펙트이지만, 3대1 승부는 한번 해 볼만 하죠.
어차피 트리플퍼펙트 입장에서는 한 조에 3팀이 속해 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는 무조건 3팀 중 한 팀은 결승에 진출합니다. 오존어택이 180포인트이고, 나머지 팀들이 0포인트일지라도 말이죠. 경기에 참가만 하면 한 팀은 진출한다는 얘깁니다. 분명히 잃을 게 없는 상황이죠.
또, 2조의 경기가 늘어지는 바람에 3, 4위의 포인트가 지나치게 높아져버렸습니다. 2조 3위인 '오존레이지'의 포인트가 무려 57포인트인데, 1조 2위인 'AN게이밍'은 49포인트입니다. 오히려 3위의 포인트가 높죠. 1위 '하품호'는 61포인트. 단 4포인트 차이입니다. 오존게이밍 입장에서는 속이 쓰린 상황이네요.
결론적으로, 오존게이밍은 1조에서는 '불편한 집안싸움', 2조에서는 '외로운 유영혁'이라는 형태가 나왔습니다.
◆목표는 '하늘'
지난 주 준결승 1차전의 기록을 살펴보니,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나오더군요. 5라운드 만에 끝난 승부에서, 문호준은 5라운드 연속 1위를 달성했습니다. 사실상 준결승전에서 개인 통계로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네요. 그리고, AN게이밍의 김승태는 2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4경기 연속 2위를 달성했습니다. 함께 경기한 선수가 문호준, 박인재, 이중선, 문명주, 신하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입니다. 김승태가 이정도 주행만 유지해준다면, 나머지 팀원의 작전수행에 탄력이 붙습니다.
오존게이밍의 이번 주 경기 멤버는 장진형, 조성제, 박인재, 김승태입니다. 이 네 명의 공통분모는 바로 '거친 몸싸움'이죠. 초반 전략은 3경기까지. 트랙 순서는 '차이나 서안 병마용', '공동묘지 해골 손가락', '빌리지 만리장성' 순입니다. 어느 하나 만만한 트랙이 없네요. 이 3라운드까지 이 4명의 선수는 끈질기게 '하품호'를 괴롭힐 것이 뻔합니다.
◇오존게이밍 선수들의 집요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하품호.
1조에 속한 선수들 중 '스타트 부스터 강화' 타입은 '하품호' 선수들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 라인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독주를 막아내면, 카트바디 성능으로는 이후 다른 선수들이 유리해지게 돼죠. 만약 문호준을 잡지 못한다면, 신하늘만을 더 괴롭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문호준이 1위를 하더라도 신하늘을 하위권으로 밀어내면 경기당 합계 10포인트를 넘기기 어려우니까요.
이 전략은 3라운드, 혹은 전반전까지만 유효합니다. 초반 전략이 실패하고 '하품호'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포인트를 획득하면, 이후의 경기는 그야말로 '개인전 모드'로 바뀝니다. 같은 팀 소속이라도 일단은 생존할 수 있는 팀은 1팀이니까요.
신하늘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문호준을 믿는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7관왕 파트너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신하늘 본인은 자신의 성적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분명, 이번 주 경기의 키플레이어는 신하늘이 되겠죠. 오존 게이밍 역시 '2팀 중 1팀 진출'이라는 소극적인 전략은 없습니다. '하품호와의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경기가 끝난 후 미소짓게 될 팀은 문호준과 신하늘의 '하품호'가 될까요, 전투력 최강의 '오존게이밍' 군단일까요. 결승 진출을 두고 정면으로 격돌하게 될 이들의 대결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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