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지난 주 치러졌던 준결승 경기에서는 역시나 문호준이 이끌었던 '하품호'의 독주가 이어졌습니다. 준결승답게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경기였지만, 아무래도 이번 주 경기가 결승전 멤버를 결정짓는 조금 더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불공평한 경기입니다. 오존게이밍 한 팀에 트리플퍼펙트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펼치니까요.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인 실력에서는 오존게이밍에 속한 유영혁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트리플퍼펙트의 점유율 역시 무시 못 할 요소겠지요. 통상적인 리그나 토너먼트에서는 분명 불리함을 어필할 수도 있을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경기에서는 단순히 점유율만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군계일학, 유영혁의 도전
카트리그에서 유영혁이 가지는 존재감은 남다릅니다. 만약 문호준이 없었다면 5관왕, 6관왕의 자리는 유영혁의 차지가 됐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만큼 주행능력과 연습량, 멘탈 모두 리그 탑 클래스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유영혁의 객관적인 전력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인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유영혁만큼 매스컴의 기대를 많이 받았던 선수도 e스포츠 역사상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전 성공리에 종영한 드라마인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유영혁의 역전 주행이 노출됐었죠. 그리고 미국의 유료 채널인 HBO에서도 유영혁 선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입니다.
◇오존어택의 유영혁(좌)과 박현호.
거기에다 현재 16차 리그에 출전한 그 어떤 팀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유영혁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유영혁과 박현호의 '오존어택'은 사실 지금까지의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는 분명 기대 이하입니다. 준결승 1차전에서 2위와 단 3포인트 차이로 1위를 수성했으니까요. 반면, 1조에서 경기를 치뤘던 문호준과 신하늘은 이미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문호준의 '하품호'에 비해 '오존어택'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왜 일까요. '오존어택'에게는 데이터로 말할 수 없는 어떤 저력이 있습니다.
◆’뚝심’의 박현호
해설위원으로서, 가장 다이내믹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저는 단연 박현호를 선택하겠습니다.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이면서, 단 한 번도 기대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펼친 적이 없으니까요. 유영혁이 처음으로 치러지는 공식 팀전에서 박현호를 선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절대 쉬운 경기를 펼친 적도 없지만, 반대로 쉽게 무너지는 경기도 없었으니까요. 분명, 후반부로 갈수록 박현호의 진가는 빛을 발할 것입니다.
만약 박현호를 모르는 사람이 지난 준결승 1차전을 봤다면 "왜 저렇게 못해?"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박현호의 저력은 위기에서 나옵니다. 경기 종료를 단 3라운드 남겨놓고 최하위에서 3위까지 따라오는 '뚝심'의 소유자 이니까요. 결승전에 진출만 한다면, 문호준이 가장 견제할 선수는 오히려 유영혁보다는 박현호가 될 겁니다.
◆전반전을 잡아라
이번 준결승 2차전에서 선수들은 최소 120포인트를 더 달려야 합니다. 단, 1위인 '오존어택'의 경우 120포인트이지만, 3, 4위 선수들의 경우 무려 140포인트 이상을 달려야 하는 기나긴 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트리플퍼펙트는 점유율이라는 무시무시한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죠. 단순히 벌어져 있는 점수 차이보다는 초반 승부에 올인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리플퍼펙트 베스트 BJ.
준결승 1차전 2조에서 2위를 달성했던 '베스트BJ'의 경우 1위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지만, 1조 3, 4위의 경우 늘어져 버린 2조의 경기 내용 때문에 의도치 않은 페널티를 받게 됐습니다. 그래서, 트리플퍼펙트는 초반 3경기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트랙 순서가 이번에도 기가 막히게 나왔습니다. 1경기부터 3경기까지 광산 아슬아슬 궤도전차, 차이나 서안 병마용, 황금문명 비밀장치의 위협 순서거든요. 전반전에서 해골 손가락을 피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분명 오존어택 입장에서는 순탄치 않은 트랙순서입니다.
트리플퍼펙트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어차피 3팀 중 1팀은 결승전 진출이 확정이니까요. 트리플퍼펙트는 아마도 초반 세 경기에서 오존어택에 대한 자폭성 몸싸움을 펼칠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 3경기 안에 누적포인트 상황에서 베스트BJ가 앞서 나갈 수만 있다면, 트리플퍼펙트는 조금 더 유리한 레이싱을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존어택'은 최대한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초반 3경기 안에 기선 제압에 성공하지 못하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앞세운 트리플퍼펙트의 맹공에 이번리그 최고의 이변을 헌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3경기까지만 효율적인 점수관리에 성공하면, 이후 후반전에서는 트리플의 집안 싸움을 유도할 수 있겠죠.
이번 주 준결승 2차전은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단 한 라운드의 실수로도 흐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경기, 외로운 유영혁의 일기당천이 될지, 트리플퍼펙트의 점유율이 빛을 발할지, 저로서도 함부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승전으로 향하는 티켓은 단 2장만이 남아 있습니다. 사활을 건 오존게이밍과 트리플퍼펙트의 최후의 한판, 여러분들도 함께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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