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어느덧 16차 카트리그도 10주간의 여정 중 마지막 결승전만을 남겨 두고 있네요. 이번 리그부터 2인 1조 팀전으로 방식이 변화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전략과 빌드가 출현했습니다. 단순히 점수만을 합산하고 개인의 기량만을 볼 수 있었던 개인전 리그와는 달리 선수들의 호흡과 팀웍, 그리고 경기 방식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며 레이싱을 펼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카트리그는 더욱 진화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이뤄졌음에도 문호준과 유영혁은 자신들의 클래스를 입증했습니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소위 '넘사벽'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죠. 이미 문호준과 유영혁은 다른 선수들과의 실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성장을 넘어 진화하는 두 선수의 플레이, 그리고 이후 복귀할 전대웅과의 카트 삼국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개인전 리그였다면, 분명 두 선수 중 한 명이 우승을 차지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리그 결승전은 팀전입니다. 그 어떤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겠죠. 또, 결승전에 진출한 8명의 선수 중 이벤트전을 포함한 방송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선수가 무려 5명입니다. 소위 '상금 맛' 좀 봤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는 뜻이죠.
사실상 결승전 무대는 일반적인 리그 경기와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미리 준비한 전략보다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순발력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각 팀의 주요 전력과 승부에 대해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하품호, 7관왕의 황제, 팀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오존게이밍 세 팀과 하품호의 그림은 일단 피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문호준의 몸싸움은 절정에 올라있고, 약점이 될 수 있었던 신하늘의 실력은 선수들 중 최고의 연습량으로 극복했습니다. 특히 신하늘의 경우 이번 리그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죠. 마라톤에 페이스 메이커가 있듯이, 신하늘에게는 문호준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실력 향상에 상당히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품호의 문호준.
하지만 하품호에게도 분명 허점은 존재합니다. '황제' 문호준은 공식 팀전 리그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고, 신하늘은 결승 무대가 처음입니다. 개인 리그에서도 신하늘은 단 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었죠. 아무리 연습량으로 극복하려 해도 결승전 무대의 중압감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페널티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경험이 많은 문호준이 아무리 연속 1위로 치고 나가더라도 신하늘의 서포트가 없다면 우승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신하늘의 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32강과 16강 경기에서 총 120포인트를 달리는 동안 단 한 경기에서만 4위 밑으로 떨어졌지만, 8강 180포인트를 달리는 동안에는 무려 9번의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분명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불안 요소가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문호준은 이제 더 이상 신하늘을 서포트할 여력이 없습니다.
강력한 도전자, 유영혁과의 정면 승부를 치뤄야 하니까요. 신하늘의 목표는 매 경기 1등이 아닙니다. 5등 밑으로 떨어지지만 말아야죠. 만약 전반전이 끝나기 전까지 신하늘이 4위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의외로 경기는 쉽게 풀릴 수도 있습니다.
◆오존어택, '탱크 유영혁', '뚝심의 박현호'
많은 카트 팬 여러분들의 생각과는 달리, 유영혁은 완벽한 주행을 구사하는 테크니션이 아닙니다. 오히려 거칠게 들이받고 싸우는 '탱커'에 가깝죠. 지금까지 유영혁이 1위를 달성했던 경기들을 훑어보면, 처음부터 치고 나가서 1위를 수성하는 소위 '전대웅식 치고 달리기' 플레이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거친 몸싸움과 빠른 사고 회복이 최고의 장점이란 얘기죠.
아마 유영혁은 초반 문호준과의 정면 승부에서 고전하게 될 겁니다. 문호준이 이번 리그에서 보여줬던 레이싱 능력은 일반적인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으니까요. 단순히 문호준과 유영혁의 개인적 능력만을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문호준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유영혁에게는 문호준에게 없는 최고의 히든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박현호의 '뚝심'이죠.
◇슬로우 스타터 박현호
박현호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입니다. 초반 싸움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선수거든요. 그런데, 이 선수는 위기 상황에 몰릴수록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최근 몇 년간 대 역전극과 재경기 막판 승부의 중심에는 항상 박현호가 있었고, 결국 최후에 살아남는 자는 박현호였습니다. 신하늘의 경우 한 번 늪에 빠지면 극복이 힘들어지는 반면, 박현호는 벼랑 끝에서도 끝끝내 기어올라오는 저력을 보입니다. 지난 이벤트전의 마지막 재경기에서도 특유의 뚝심으로 팀전 우승을 차지했었죠.
분명 결승전의 포커스는 문호준과 유영혁의 힘 싸움에 맞춰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신하늘과 박현호의 서포트 능력과 장진형, 조성제의 거친 주행, 이중대, 박민수의 '소리없이 강한' 포인트 싸움이 어우러져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레이싱이 펼쳐지게 되겠죠.
이제, 최후의 레이싱만이 남아 있습니다. 모든 힘을 다 쏟아붓게 될 선수들과,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갈 카트 리그에 아낌없는 응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다음 시즌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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