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에서 지난 2009년 대통령배로 승격되면서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가 매년 꾸준히 열리면서 풀뿌리 e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개최지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정보 과학 축제 등의 학생들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과 연계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등 다양한 계층을 끌어 들이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언제나 초대가수에 의해 묻힌다. 이번 대통령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인기 가수 아이유를 초청한 주최측은 그 덕에 흥행에 성공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인근 학교 학생들이 종합 운동장의 실내 체육관으로 몰려 들었고 삽시간에 3000명을 수용하는 실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은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 등 지방 자치 단체장들의 한 '말씀'이나 게임 시연 대회 등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행사가 길어지자 지루하다는 듯 야유를 쏟아냈다. 아이유가 나오고 나서야 야유는 함성으로 바뀌었다.
아이유가 사라지고 나서는 어땠을까. 경기장에는 KeG에 출전하기 위해 모인 선수들과 인솔자, 대회 관계자밖에 남지 않았다. 텅 빈 경기장은 불과 30분전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던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대통령배 KeG가 아니라 아이유배 KeG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행사 자체가 e스포츠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경연을 펼치는 곳이기에 관객이 없다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가수의 힘에 기대어 e스포츠를 포장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최측이 원하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더라도 e스포츠 행사라면 e스포츠와 관련된 인물들을 초청해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예를 들면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현장에서 대회 시연을 한다든지, 종목사들이 결승 현장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펼치고 신규 게임에 대한 발표회를 하는 등 e스포츠 행사다운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면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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