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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박수호의 눈물

[기자석] 박수호의 눈물
남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 번 운다고 한다. 태어날 때 한 번 울고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울고 나라가 망했을 때 운다.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 기념관에서 열린 옥션 올킬 스타리그 2012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 정윤종이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를 시작한지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정윤종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면서 최고의 실력자임을 증명했지만 포커스는 준우승에 머문 MVP 박수호에게 돌아갔다. 준우승이 확정된 뒤 경기석에서 나오지 못한 박수호는 준우승자를 인터뷰하는 시간에 펑펑 울었다. 태어날 때처럼, 부모가 돌아가신 것처럼, 나라가 망한 것처럼 울었다.

박수호의 눈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 이번 스타리그는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변화하려 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시대를 종결하고 스타2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전환했다. 무려 13년 동안 e스포츠를 이끌어 온 종목인 스타1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술을 스타리그라는 기존의 부대에 담아내려 했다.

이 과정에서 진통도 겪었지만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과 e스포츠연맹 소속 선수들의 대결 구도가 흥미를 이끌어냈다. 박수호는 연맹 소속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결승까지 오르면서 대표 선수로 부각됐다.

박수호가 흘린 눈물에 단순히 연맹의 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결승전에서 패했다는 것에 분하다는 뜻만 담겨 있지는 않았다. 20살이 갓 넘은 박수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눈물의 진의를 알 수 있다.

박수호는 스타1으로 프로게이머 인생을 살아보려 했다. CJ 엔투스의 연습생으로 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박수호는 빛을 보지 못했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CJ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주전에 이름을 한 번도 올리지 못한 박수호는 조용히 은퇴하고 평범한 삶을 살려고 했다. 프로가 되기에 게임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박수호를 물 위로 부상시킨 인물은 MVP 최윤상 감독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스타2를 즐기던 박수호에게 "게이머로 성공하지 못하면 내가 과외를 시켜서라도 대학에 보낼테니 젊음을 불태워 보자"고 설득했다. 스타2라는 새로운 게임으로 도전장을 던진 박수호는 2012년 GSL 시즌2에서 우승했고 MLG 스프링 시즌 챔피언십에서도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기자석] 박수호의 눈물

◇옥션 올킬 스타리그 결승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는 박수호.

두 번의 우승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박수호에게 스타리그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스타리그는 박수호에게 꿈의 무대였다. 스타1으로 도전했지만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 무대였다. 그러나 스타2로 전환하면서 문호가 개방됐고 기회가 주어졌다. 박수호는 최선을 다했고 결승에 오르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고지를 점령했다. 깃발만 꽂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정윤종에 의해 부러졌다.

박수호의 눈물에는 지난 4년 동안의 회한이 담겨 있다. 조지명식에서 박수호는 "게임에 재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재능이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는 없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자신을 스타리그라는 시험대에 올려보겠다"라고 말했다. 준우승에 머무르면서 자신에게는 재능이 부족하다며 탓할 수도 있다.

박수호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2등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 16강 진출자들, 듀얼 토너먼트 탈락자들, 예선 탈락자들도 많다. 곧 열릴 차기 스타리그에서 박수호에게는 또 다시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재능이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박수호의 노력이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고 기쁨의 눈물로 변하길 기대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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