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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WCG의 탁월한 선택

[기자석] WCG의 탁월한 선택
WCG 2012 그랜드 파이널이 성황리에 끝났다. 단순히 포장하기 위해 성황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정말 성황 속에서 끝이 났다.

역대 WCG의 그랜드 파이널을 지켜보면서 중국 쿤산에서 열린 이번 2012년 그랜드 파이널처럼 깔끔하면서도 흡인력이 있었던 대회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우선 역대 WCG 사상 최다 집객인 11만 명을 모았다. 인위적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모였다. 그동안 몇몇 e스포츠 대회는 개막식에만 사람이 몰리고 토너먼트가 펼쳐지는 중에는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았다. 대회 주최측이 숫자로 인용하는 인구수도 개막식에 동원된 인원을 포함한 경우였다.

쿤산에서 열린 이번 그랜드 파이널은 달랐다. 30일을 제외한 사흘 동안 매일 3만 여 명 이상이 몰렸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D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인파가 워크래프트3 경기를 보기 위해 A로 몰려갈 때는 인명 사고가 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사람의 파도, 인파가 몰려 다녔다.

흥미로운 장면도 눈에 띄었다. 우리 돈으로 9,000원 정도 되는 입장권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경기장 앞에서 암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어렸을 적 놀이 동산에서 했을 법한 손목 띠 풀어 팔기를 하는 모습도 속속 눈에 띄었다. 암표상이 등장하고 어떤 수를 쓰든 들어가고 싶어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는 이야기는 큰 관심을 얻었다는 다른 뜻이다.

왜 11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WCG를 찾았을까. 그것도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인구 200만명에 불과한 쿤산시까지 왔을까. WCG가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를 느끼기 위해서다. WCG는 지난 12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회를 개최했다. 회사 규모가 줄어드는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에도 대회 규모는 줄이지 않았다. 매년 다른 나라를 돌면서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의 다이내믹함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10년 넘도록 흔들림 없이 대회를 개최한 저력을 중국인들이 인정한 셈이다. WCG라는 브랜드는 절대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증명을 받았다.

WCG도 중국에서 그랜드 파이널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점을 보면 어느 정도의 안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서 동시 접속자 400만 명을 기록한 크로스 파이어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식 종목이 됐고 대회 개최 횟수나 사용자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중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관심을 보이고 있는 워크래프트3를 폐기하지 않고 유지했다. 또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도타에서 파생된 새로운 종목인 도타2를 신규 종목으로 넣으면서 중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자석] WCG의 탁월한 선택

◇중국 쿤산시에서 열린 WCG 2012 그랜드 파이널을 관전하기 위해 모인 중국 팬들.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종목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관심을 끈 것은 WCG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중국 선수들은 세 종목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월등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경기장은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팬들이나 WCG 모두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3년 WCG 그랜드 파이널 또한 중국 쿤산에서 열린다. 이수은 WCG 대표는 2013년에는 더 많은 종목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것이며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해서 충분한 인원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CG가 2012년과 2013년 그랜드 파이널을 유례 없이 한 곳에서 연속해서 개최한다고 밝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수(惡手)'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WCG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2013년 중국 쿤산에서 다시 한 번 써내려갈 WCG의 신화에 벌써부터 심장이 뛰는 이유는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무엇일지 궁금해서일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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