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먼저 카트라이더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께서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격려에 감사 드리며, 2013년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균열'이 생겼습니다. 카트리그가 여러분들 곁으로 돌아온 지 약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그동안 카트리그는 빅3를 주축으로 신인들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두터운 '실력차'가 쌓였습니다. 입상은 항상 빅3의 몫이었고, 16강 이상에 진입한 선수들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일정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그 두터운 벽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신인 선수들의 거센 도전과 올드유저들의 연속된 졸전으로 소위 '넘사벽'이던 본선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죠. 팀전 방식으로의 변화가 단 두 시즌 만에 이뤄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 균열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너무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빛 바랜 옐로우 라이더
1주차 2경기의 장진형, 2주차의 문호준-문명주와 박현호까지. 32강 대진에서 이렇게 옐로우 라이더들이 고전한 적은 없었습니다. 16차 준우승자 장진형과 황제 문호준은 팀플레이의 문제를 노출하며 조 2위를 기록했고, 현 챔피언인 박현호는 조 4위의 성적으로 탈락의 고배를 맛봐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리그 첫 경기는 '옐로우 라이더의 퍼펙트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지난 리그들에 비교하면, '몰락'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성적입니다.
현재까지 노출된 옐로우 라이더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팀워크'입니다. 팀 스피릿을 포함,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춰왔던 유영혁-박인재를 제외한 문호준, 장진형, 박현호의 팀은 상대적으로 호흡을 맞출 기간이 짧았고, 이것이 연습량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옐로우 라이더였지만 간신히 조2위로 16강에 진출했던 황제 문호준과 팀 동료 문명주.
광산 세개의 지름길에서 발생한 문호준-문명주의 공중 팀킬이나, 브라질 서킷에서 두더지 라인의 빌드호흡 실수로 발생한 충돌사고 등이 이를 반증하니까요. 이후 16강 경기에서 흔들린 옐로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본선무대 3년이면 옐로우를 잡는다
2주간의 32강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들을 살펴보면, 리그에 2~5회 정도 출전한 '중고 신인'들이 많습니다. 약 3년간 꾸준히 본선 무대까지는 올라왔지만 상위 라운드 진출까지는 이뤄내지 못했던 선수들이죠. 카트 리그의 역사가 깊고, 문호준과 같은 6~7년 차 선수들이 많은 까닭에 여전히 '중고 신인'으로만 불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e스포츠 무대에 오른 선수가 본인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까지는 3시즌 정도가 걸립니다. 무대의 긴장감과 조명, 생방송의 부담감 등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죠. 이 적응 기간을 잘 견뎌낸 선수들은 이후 리그의 주축 세력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17차 리그에는 바로 그 시기를 맞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개인전의 빅3와 팀으로서의 빅3를 위협할 정도의 세력으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죠.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는 문호준과 유영혁이 각각 16, 17세인데, 지금까지 조 1위를 차지한 노종환, 박대성, 고병준, 김영훈, 김승태 역시 16,17세인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중선, 이중대, 조성제, 박현호 등으로 대표되던 '92라인' 선수들에서 나이가 어린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남은 옐로우 라이더 조성제(좌), 전대웅.
이제 32강 경기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신인 선수들의 날개짓은 태풍처럼 성장하고 있고, 흔들리는 옐로우의 위상은 조성제와 전대웅의 손에 달려 있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균열이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균열이 생긴 뒤 무너지기까지는 순식간입니다. 새로운 변화와 세대교체를 목전에 둔 17차 카트리그. 이번 주 경기에도 카트 팬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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