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스포츠는 늘 올해는 지난해와 다를 거라는 판단과 믿음으로 4년을 지나왔습니다. 사실 막연한 기대였습니다. '내년에 스타크래프트2가 등장하면 e스포츠가 잘 될거야'라든가, '내년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뜨니까 좋은 일이 있을꺼야' 뭐 이런 식이었지요.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e스포츠는 최근 몇 년 사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e스포츠계가 팬과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e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바라봐 왔던 지난 10여년을 돌이켜보면 이 분야는 여타 분야보다 젊은 분야 였습니다. 어느 곳보다 청소년 팬들이 많았고 어느 곳보다 1020 세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았습니다. 청소년 팬층에 한해서만큼은 어떤 프로 스포츠와 견주어도 아직 해볼만 할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e스포츠가 '올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e스포츠 종목에서부터 선수들도, 게임단도, 방송사도 모두가 '오래된 것'들만 남았습니다. 오래된 것이라고 모두 낡은 것,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오래된 '것만' 남아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신구의 조화도 세대 교체도 없었다는 얘기니까요.
e스포츠계는 이렇게 늙어가면서 위기를 맞이한 듯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했다거나 피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변화하려 했으나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합니다. 종목 전환이 대표적인 경우겠지요. 스타크래프트 시대에서 스타크래프트2로의 전환 시기를 놓친 것은 종목사인 블리자드나 협회 모두에게 뼈아픈 실패를 안겨주었습니다. 그결과 서로 상생해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확고히 가졌다는 것은 그나마의 소득이었지요.
이렇듯 우리 e스포츠계는 한동안 생산성 없는 논쟁과 경쟁이 지속되면서 변화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러면서 신규 팬들의 유입이 중단됐습니다. 남은 팬들도 종목별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프로리그에 스타2가 접목됐지만, 스타1을 사랑했던 올드 팬들의 일부는 e스포츠를 떠났습니다.
e스포츠계가 정체돼 있는 동안 새로운 스타도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e스포츠 최고의 스타는 임요환입니다. 프로 스포츠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만들어가는 '각본 없는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는 매년 주인공이 같습니다. 그러니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엔 e스포츠계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이 변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급력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종목사에 큰 변화가 있을 듯 합니다.
사실상 블리자드 게임만으로 유지해왔던 e스포츠계에서는 신규 종목 이슈가 거의 없었지요. 하지만 2013년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제 한국에서도 대표 e스포츠 종목으로 부상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2013년엔 블리자드가 스타2 첫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을 앞세워 명예 회복에 나설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 넥슨이 본격적으로 e스포츠계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입니다. 넥슨은 피파3 온라인과 도타를 앞세워 e스포츠 인기 종목사 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넥슨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리그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e스포츠 인프라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선은 프로리그 12-13시즌에 합류한 스포TV가 그렇습니다. 2013년 이 방송사가 새로운 e스포츠 전문 채널로 성장해 준다면 한국 e스포츠는 새로운 동력을 얻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e스포츠 중계에 앞장서고 있는 네이버와 잠재적 파트너인 유튜브는 프로리그를 한국의 프리미어리그로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한국e스포츠협회도 2013년 대대적인 개혁을 예정하고 있다합니다. 개혁의 방향이 어느 쪽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e스포츠의 재도약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스포츠 종목사와 인프라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지게 되면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날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종목사들이 새로운 게임을 앞세워 팬들을 끌어들이면 프로게임단과 미디어는 팬들의 기호에 맞춘 새로운 방식의 리그를 개최해 즐거움을 제공하고 또 이를 통해 스타 플레이어를 육성함으로써 변화를 완성하게 되는 식이지요.
어떤 것이든 완벽함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이제 겨우 10여년의 이력을 갖춘 e스포츠가 프로만 30년이 넘는 경력의 야구나 축구의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거듭되는 변화와 실패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 서 있듯, 우리 e스포츠도 지속적인 변화의 노력으로 미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2013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데일리e스포츠를 아끼고 질책하는 독자분과 e스포츠계 종사자분들 모두 새해 큰성취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이택수 편집국장 lib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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