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트리그 해설위원 정준입니다.
드디어 전례 없이 치열했던 32강 경기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유영혁과 전대웅을 제외한 옐로우 라이더들은 대부분 졸전을 면치 못했고, 이를 틈타 새로운 얼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죠. 또 아레스 팀의 해체로 인해, 문호준-오존게이밍-트리플퍼펙트-아레스스피릿의 세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완성된 16강 대진 역시 만만치 않은 구성입니다. 특히 32강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팀들이 대거 포진돼 있기 때문에, 리그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선수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오늘은, 16강 A조와 B조의 경기를 전체적인 흐름과 함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4명의 오존 멤버, 그리고 친정 팀을 상대하는 장진형.
A조에서 가장 뛰어난 팀을 꼽으라면, 당연히 유영혁-박인재 콤비의 '오존 제논'을 떠올리겠죠. 현 챔피언의 위엄과 옐로우의 자존심을 동시에 지킨 유일한 팀이니까요. 김승태-김경훈의 '오존 스파크' 역시 분위기가 좋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라이더 김승태가 맹 활약 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16강 경기만큼은 '오존' 입장에서도 그리 맘 편한 대진이 아닙니다. 바로 장진형의 존재 때문이죠.
◇친정팀을 상대해야 하는 장진형.
장진형은 오랜 기간 동안 오존 멤버로 활약하면서 다수의 개인전, 팀전 리그에서 활약해 왔습니다. 특히 팀의 맏형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팀의 정신적 기둥이 되었죠. 누구보다도 오존 멤버들의 장단점과 실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장진형이기에, 마음 먹고 중상위권 라인을 흔들어놓게 된다면 오존 입장에서는 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비록 32강 경기에서 황선민의 제대로 된 서포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장진형 개인의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는 5라운드 중 1위 2번, 2위 1번을 기록했으니 그리 나쁜 성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팀은 조 2위였을지 몰라도 장진형의 경기력은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죠.
야생마 같은 플레이의 장진형이 날뛰기 시작하면, 유영혁과 박인재는 김승태, 김경훈을 도와줄 여력이 없게 됩니다. 어쨌거나 자력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요. 제논과 스파크, 두 팀 모두를 8강 대진에 올려놓고 싶어하는 오존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여러모로 불편한 대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6강 A조의 관전 포인트는, 거침없이 치고 받는 장진형과 이를 극복하는 오존 스파크의 2위권 다툼이 되겠네요.
◆레드에 선 문호준, 황제의 팀워크 보여줄까
32강 경기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역시 문호준이 속한 '세일러문'의 조 2위 기록입니다. 유영혁과 전대웅이 속한 조도 아닌, 아직까지 무명인 선수들과의 경기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습니다. 문호준을 한번 제압한 것 만으로도 '트레이드 A'의 노종환, 박대성은 카트계의 유명인사가 됐고, 그만큼 문호준과 문명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결국 16강 경기에서 옐로우도 블랙도 아닌 3번째 자리, '레드'에 위치한 문호준이 이번에는 구겨진 황제의 자존심을 다시 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트레이드 A뿐만 아니라 함께 경기하게 될 '스타'와 '보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32강 경기에서 전 챔피언 박현호를 광속 탈락시키고 올라온 신흥 강자들이거든요.
◇레드라이더로 16강을 치르게 된 '황제' 문호준.
사실 조 2위의 성적만을 놓고 일명 '문호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팀워크에 있습니다. 32강 5라운드의 경기 동안 트레이드 A는 총 63포인트(평균 12.6), 세일러문은 총 56포인트(평균 11.2)를 획득했습니다. 그런데, 각 라운드별 1위 성적을 살펴보면 세일러문이 3회, 트레이드A는 단 1회만을 차지했습니다. 문호준과 문명주의 '주행 능력' 자체만을 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겠죠.
문제의 발단은 3라운드 '광산 3개의 지름길' 주행 중 발생한 문호준과 문명주의 공중 팀킬입니다. 1,2위로 잘 달리던 2명의 선수는 이 사고 이후 각각 6위, 3위를 기록했고, 이후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5라운드에는 문호준이 8위로 들어오는 결과까지 이어집니다.
'사고'와 '팀킬'은 아무리 호흡이 잘 맞아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팀킬 이후의 수습이죠. 어쩌면 문호준에게는, 지난 16차 리그 결승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린 신하늘과의 팀워크가 트라우마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둘이 달리는 카트리그 팀전에서,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완벽한 팀워크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32강 경기의 실수를 거울삼아, 동갑내기 두 명의 선수가 더욱 단단한 팀워크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16강 경기는 단순히 상위 라운드의 진출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라이더들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카트 라이더'들의 세대교체는 시작됐고, '옐로우' 자리가 흔들릴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가 됐으니까요.
이 거센 흐름을 '빅3'와 기존의 강자들이 틀어막을지, 아니면 신인들이 더 큰 파도가 되어 그들을 뛰어넘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17차 카트리그, 이번 주에도 팬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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