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TL이 벌점을 받은 상황을 보면 아직 한국에서 열리는 프로리그의 규정에 대한 숙지가 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1라운드 4주차에 엔트리를 늦게 제출해서 주의를 받았고 2라운드 1주차에서는 윤영서가 이영호에게 패할 때 항복 선언인 'GG'나 'gg'가 아니라 'ww'를 입력해서 주의를 받았다.
1월12일에는 일리예스 사토우리가 경기 시작 직후 좋은 경기를 하자는 뜻에서 '굿럭(Good Luck)'의 약자인 'gl', '해브펀(Have Fun)'의 약자인 'hf'을 연속 입력해서 구두 주의를 받았다. 14일에는 이호준이 경기를 시작한 이후 단축키를 설정하지 않았음을 알고 일시 중단을 요청해서 주의를 받았다.
EG-TL이 주의를 받은 과정을 보면 프로리그의 규정과 규칙에 아직 익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기를 마친 뒤 패배를 인정하는 'GG'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경기 시작 이후 채팅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몸에 배지 않았기에 일어난 실수다. 이 규정들의 경우 과거 프로리그를 치를 때에도 한국e스포츠협회가 과도한 제재 규정을 두는 것이 아니냐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규정으로 남아 있다. EG-TL 입장에서도 해외 대회에서는 없는 규정이 프로리그에 존재한다며 항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19일 EG-TL이 범한 실수는 실수 이상의 문제다. 선봉으로 출전하겠다고 예정해 놓은 선수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몰수패를 당했다. 웅진 스타즈와의 경기에 선봉으로 출전할 것이라 예고된 프로토스 송현덕이 늦게 도착했고 이재호와의 1세트에서 몰수패를 안았다.
선수가 경기장에 지각한 케이스는 팀 관리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라 볼 수 있다. EG-TL은 택시를 타고 이동했으나 운전자가 용산 경기장까지 오는 길을 제대로 알지 못해 늦었다고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프로리그 규정에는 선수단은 경기 시작 30분 전에 경기장에 닿아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전부터 프로리그에 참가했던 팀들은 이 규정만큼은 반드시 지킨다. 따라서 가급적 연습실과 숙소를 서울에 배치하고 교통 혼잡이 예상될 때에는 연습실에서 두 시간 전에 나서는 등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한다.
과도할 정도로 도착 시간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경기 일정은 각 게임단과의 협의 하에 미리 정해지고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팬들에게도 알려진다. 방송사는 이에 맞춰 편성에 들어간다. 게임단은 방송 시작 30분전에 도착해 미리 경기를 준비함으로써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율한다.
EG-TL이 지난 19일 웅진과의 경기에서 보여진 지각 사태는 많은 사람들, 특히 팬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직 한국의 프로리그 규정이 몸에 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한국의 프로리그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면 규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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