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체제는 현역 국회의원이 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전 의원의 경우 게임과 IT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국회에서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그동안 쌓아 놓은 관련 업계에 대한 정보나 인맥도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역 정치인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협회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 탄력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임 회장사인 SK텔레콤 또한 전 의원이 갖고 있는 힘이 난맥상에 빠진 작금의 e스포츠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고 영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e스포츠 업계는 2005년 SK텔레콤이 회장사로 취임하던 시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일원화된 체제가 아니라 다종목 시대에 접어들었고 기업들의 투자도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늘어나고 있고 새로운 규제안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해 정부의 e스포츠에 대한 지원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병헌 의원이 이끄는 협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프로 시스템의 재건이다. 협회가 e스포츠와 관련된 프로와 아마추어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원활치 않은 상태에서 재원이나 근간을 마련하는 작업은 프로, 즉 기업들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8게임단의 창단과 더 나은 후원사의 영입, 기업들의 적극적인 e스포츠로의 투자, 게임사와의 적극적인 연계, 신규 게임 방송 채널의 확보, 글로벌 헤게모니 장악 등이 기업 유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돈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 e스포츠를 알리고 투자를 권유하는 작업을 하려면 정치의 논리보다는 기업의 생리에 맞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치인 협회장이 들어왔다고 해서 상명하복식의 강압적인 논리를 들이대기 보다는 상식에 기초한 논리적인 설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병헌 체제의 협회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증을 내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내세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e스포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장기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의 영입이 필요하다. 특히 협회의 행정을 끌고 나갈 사무총장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전병헌 의원이 협회장이긴 하지만 국회의원의 본분을 수행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관여할 수 없기에 뜻이 맞는 인물을 기용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첫 국무총리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는 반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스포츠에 종사하는 이해 당사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해야만 전병헌 체제가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