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주 동안 주말을 통해 열린 군단의 심장 스페셜 매치는 이벤트전이라는 성격을 띄고 있었지만 '택뱅리쌍'에게는 사활을 건 승부였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를 통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택뱅리쌍은 살아남기 위해 혼을 걸었고 경기 내용을 통해서도 부활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드러났다.
가장 치열한 승부를 걸었던 선수는 SK텔레콤 T1 김택용이었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도 김택용은 군단의 심장에서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자유의 날개 버전을 통해 스타2 리그에 뛰어들었지만 김택용은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과 스타2가 병행해서 치러진 시즌에서 스타2 연패를 끊는 데 만족해야 했던 김택용은 스타2만으로 치러진 프로리그 12-13 시즌에서는 1승2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김택용의 기량이 다른 선수들보다 처진다고 판단한 SK텔레콤은 2, 3라운드에는 김택용을 기용하지 않기도 했다.
프로리그 출전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못한 김택용은 개인리그 예선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스타2와는 맞지 않는 선수, 스타2의 프로토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연맹 진영에서 활동하던 원이삭, 최민수, 박령우 등의 선수들을 선발하면서 김택용의 입지는 좁아질대로 좁아졌다. 군단의 심장에서 괄목할 만한 실력 상승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로스터에도 들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다.
김택용은 스페셜 매치에서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집중했다. 8강전에서 3대0으로 승리하면서 나설 기회를 잃은 김택용은 4강전에서 신동원에게 패할 때만 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에이스 결정전에서 방태수를 꺾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결승전에서는 프로리그 다승 2위인 김유진을 맞아 승리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삼성전자 송병구, EG 이제동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선수 모두 팀내에서 다승 3위 안에 들면서 스타2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들의 꿈은 팀내 3위가 아니라 전체 3위 안에 들고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서는 것이었기에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병구와 이제동도 스페셜매치를 통해 가능성을 키웠다. 결승전에서 김민철과 경기한 송병구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적응도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이제동은 이재호를 상대로 저그가 초반에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했다.
이영호는 '택뱅리쌍' 가운데 가장 먼저 군단의 심장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예견될 정도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스페셜매치에서 네 번 경기를 치러 모두 승리한 이영호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게이밍에서도 준우승까지 달성하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택뱅리쌍'은 스타1에서 만들어진 스타라고 폄하하기에는 이름값이 대단하다. e스포츠 초창기 4대 천왕을 알았던 세대가 있다면 지금의 e스포츠 팬들은 택뱅리쌍을 머리 속 깊이 새기고 있다. 택뱅리쌍이 군단의 심장을 통해 살아난다면 스타2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흥행 실패를 혁파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택뱅리쌍'은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나이는 게임을 습득하고 이해하는데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고 또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이들이 오른다면 스타2를 활용한 e스포츠의 열기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