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 실드 구본택이나 정노철 등도 '영고 라인'의 멤버로 꼽히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영고'는 LG-IM '라일락' 전호진이다. 국내에 LOL 리그가 출범하기 시작한 지난해 이맘때쯤 국내 최고의 상단 라이너로 꼽혔던 전호진은 스프링 시즌 이후 LG-IM에 입단하며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전호진은 당초 정글러로 보직을 변경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상단을 맡기로 했던 정윤성이 적응에 실패하면서 다시 상단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LG-IM은 섬머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런 멤버 교체가 이뤄졌고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자 전호진은 이상정에게 상단 라인을 양보하고 서포터로 내려갔다. 짧은 기간동안 두 번의 포지션 변경을 한 셈이다.
결과는 무참했다. 전호진이 올라운더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단기간 서포터에 적응하기에는 애로가 있었고 미숙한 플레이는 해외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LG-IM은 결국 1승2패로 16강 탈락했다.
전호진은 지난 윈터 시즌에 다시 상단으로 돌아갔지만 예전만큼의 기량은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LG-IM은 12강 예선은 통과했지만 8강에서 CJ 블레이즈에게 무릎 꿇으면서 다시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봐야만 했다. 해가 지나 2013년을 맞이했다.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 우승을 위해 와신상담했던 전호진은 '링' 정윤성이 방출되면서 이번에는 정글러를 맡게 됐다. 참으로 기구하다.
팀 게임인 LOL은 농구나 야구처럼 각자 포지션이 있다. 만약 투수로 뛰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한다면 그에 적응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프로팀에 몸담고 있는 LOL 선수들은 보직을 바꾸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프로가 된 순간부터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매 시즌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는 전호진 뿐이다. 전호진은 기량이 하락할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래서였을까. LG-IM의 스프링 시즌 첫 경기였던 나진 실드전에서 전호진의 플레이는 실수가 많았지만 전혀 밉지가 않았다. 작년 봄, 언제나 여유가 넘쳐 흐르던 전호진의 미소를 올 봄에는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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