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팀의 기적과도 같은 반란이 프로리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EG-TL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박용운 감독뿐만 아니라 이제동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하이파이브 하나만으로 말이다.
4라운드 첫 경기가 열렸던 지난 7일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최고의 팀인 웅진과 맞대결에서 이제동은 오랜만에 하루 2승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제동은 웅진 에이스 김민철을 잡아내고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이제동이 경기석에서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이제동과 손이 마주쳤던 선수들은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제동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학수는 "하루 2승을 밥 먹듯이 했던 최고의 선수 이제동이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겨우 정규시즌 한 경기에서 승리했는데 손이 떨리는 것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길래 이렇게 손이 떨릴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당시 동료들 모두 말은 안 했지만 가슴이 벅차 올랐고 앞으로 계속 승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동은 EG-TL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다. 다른 선수들은 이제동의 헤어 드라이어 소리에 깬다. 오전 9시30분이 기상 시간이지만 이제동은 9시30분에 '의관을 정제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팀이 최하위라 해도 이제동은 한 번도 연습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혹평을 들을 때에도 이제동은 한결같이 오전 9시30분에 누구보다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제동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아는 EG-TL 선수들은 그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제동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고 한다. 얼마나 이기고 싶은 열정과 욕구가 강했는지 이제동의 작은 떨림을 통해 선수들에게 전달됐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이제동은 분명 최고의 선수는 아니다. 프로리그 다승 1위와 한참 차이가 나는 승수를 기록하고 있고 개인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동은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는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최고가 아니더라도 동료들은 그가 언젠가는 최고의 자리로 다시 우뚝 설 것을 믿고 있다. 그가 보여준 우직하고 꾸준한 모습이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팀을 하나되게 만들지 않았는가.
이제동의 손에서 동료들에게 전해졌던 작은 떨림은 비단 동료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e스포츠 업계 전체에도 큰 울림을 전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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