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e스포츠는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 심판을 너무나 우습게 여긴다. 심판이 오심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하게 되면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다. 팬들 역시 사과를 요구하는 선수 편을 든다. 다른 스포츠 종사자들이 보면 매우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선수는 심판의 오심으로 피해를 받은 뒤 "난 그저 심판이 사과만 했으면 상관 없었을텐데 사과조차 하지 않아 화가 났다"며 분노했다. 선수가 심판의 과오 때문에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선수들이 무언가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심판들도 숱한 비난을 받지만 유독 e스포츠 심판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있다. 팬들이 비난하는 것은 감수하더라도 선수들조차 심판의 사과를 받아내려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어느 한쪽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심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선수는 그런 행동이 결국 e스포츠 위상을 떨어트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을 테고 선수들에게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심판은 그동안 많은 실수를 저지른 탓에 선수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철저하게 교육 시켜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심판이 실수를 한다 해도 팀 차원에서 항의하는 것을 제외하고 선수가 직접 가서 심판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공개적으로 심판을 망신 주는 일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는 일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심판 역시 실수가 자주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전에는 제도적인 모순 때문에 심판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에는 심판의 전적인 실수로 경기 흐름이 끊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심판은 전문가다운 면모를 갖추고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스포츠 심판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은 곧 다른 스포츠 종사자들에게 e스포츠를 무시할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