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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남자의 눈물

[기자석] 남자의 눈물
지난 10일 용산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바로 MVP 오존 '옴므' 윤성영의 눈물 때문이다.

MVP 오존은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KT 롤스터 B를 3대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29세, 국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프로팀을 통틀어 최연장자인 윤성영은 그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적도 없었고 팀 최고 성적 역시 LOL 챔스 8강이 전부였다.

하지만 윤성영은 12강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팀 승리를 이끌며 노장의 투혼을 선보인 바 있고 KT B와의 8강전에서도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선수들이나 팬들 사이에서 점점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윤성영이었기에 최근 플레이는 더욱 빛이 났다.

경기 후 승자 인터뷰에서 윤성영은 "나 때문에 팀이 계속 지는 것 같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급변하는 LOL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며 뒤쳐졌던 윤성영은 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동생들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고 팀 창단 후 최초 4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의 어려움과 노력을 생각하면 당연히 감정이 복받쳐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성영의 눈물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점점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최연장자라는 부담감, 자신이 팀의 '구멍'이라는 평가에 대한 압박감,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바친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 첫 4강 진출의 기쁨. 윤성영의 눈물은 그 모든 것을 합친 결정체다.

윤성영의 말대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성영의 눈물에서 그의 열정과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묵묵히 노력하는 최고참의 모습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올 여름에도, 겨울에도 윤성영이 열정과 도전 정신을 이어가길 희망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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