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한국 안에서 주류로 자리를 잡았지만 선수들과 게임단은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2012년 하반기까지도 대기업 가운데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을 만든 곳은 CJ가 유일했다. 대부분의 팀들은 소규모 후원을 받으면서 근근이 살아가야 했고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G라는 이름의 게임단 두 곳은 승승장구했다. 국내외리그에서 맹활약하면서 스스로 게임단의 가치를 높였고 큰 규모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가 정식으로 열린 2012년 아주부 LOL 더 챔피언스 스프링에서 MiG가 이끄는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형님팀이자 훨씬 더 유명했던 프로스트의 우승이 유력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블레이즈가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첫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MiG는 독일의 미디어 기업인 아주부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연습실이 제공됐고 선수들에게 연봉도 주어졌다. 좋은 환경을 맞이하게 되면 실력이 떨어진다는 e스포츠계의 속설이 있지만 아주부 팀들은 여전한 실력을 보여줬고 섬머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4강 맞대결을 펼쳤다. 형님팀 프로스트가 아우팀 블레이즈에게 준우승의 아품을 설욕하며 결승에 올랐고 유럽 최강 CLG.EU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이라는 드라마를 쓰면서 정상에 올랐다.
두 팀의 강세는 윈터 시즌에도 이어졌다.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2013 윈터 시즌에서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4강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도 프로스트는 노련미를 앞세워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아주부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CJ의 러브콜을 받아 대기업 입성에 성공했다. CJ라는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IEM7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결승에 나란히 올라 내전을 치르면서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팀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난 뒤 국내 리그인 챔피언스 스프링 2013에서도 나란히 8강을 통과하면서 4강전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4번의 국내 정규 시즌 가운데 4강 이상의 대회에서 4번 연속 내전을 펼치면서 진정한 강호임을 증명해냈다.
LOL 게임단들은 수많은 멤버 교체를 통해 불안한 상황을 연출했다. 창단한 지 1년이 넘는 팀들 가운데 이전 멤버를 50% 이상 유지하고 있는 곳은 CJ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뿐이다. 대다수 팀들은 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차기 시즌에 들어가기 전 멤버를 전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나진, MVP 등 대규모 멤버 교체를 통해 지금의 구성원을 유지하고 있다.
CJ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그런 의미에서 LOL 게임단으로서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원 교체를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전략 연구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새로운 강호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리그에서 1년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한 클래스가 있는 팀이라는 증거다.
선수 교체를 최소화하면서 팀을 이끌어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CJ 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8강전을 펼친 지난 주 용산 경기장에는 여성 팬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남성 팬들이 주류를 이루는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에 여성 팬이 대거 등장했다는 뜻은 이 리그가 장기적으로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한창 흥행했을 때나 현재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야구의 사례를 돌이켜보면 답을 구할 수 있다. 경기장을 찾는 여성 팬들이 늘어날수록 인기를 얻는다. 여성 팬을 끌어들이기가 어렵지만 한 번 유입된 여성 팬은 쉽게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CJ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1년 넘도록 쌓은 클래스는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문화를 만들고 e스포츠의 양상을 바꿔놓는 매개체가 됐다.
컨디션은 바뀌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