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일정에 팀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시즌은 1위로 직행하지 못하면 우승은 꿈도 꾸지 못하겠다는 것이 팀들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협회는 왜 이렇게 빡빡하게 일정을 잡은 것일까?
물론 온게임넷 방송 사정에 맞췄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다음 주 토요일에 결승전을 치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지만 그날 리그오브레전드가 서울시와 함께 행사를 치르는 것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2주 후에도 역시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로 인해 방송 스케줄이 나오지 않아 결국 3주 후에나 결승전을 할 수 있다.
3주나 미뤄진다면 결승전이 맥 빠진 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플레이오프가 끝나는 주에 곧바로 결승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협회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서 다른 말을 하는 ‘아전인수’격 해석에 협회가 과연 프로리그 중흥에 관심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예전 방송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주 후 결승전을 하게 됐을 때 협회는 절대 방송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인지 그때 협회의 답변은 "결승전을 홍보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리그 붐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결승전은 홍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차라리 그때 방송 일정 때문이라도 솔직하게 말했던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들이 했던 변명이 이번 결승전 일정 선택에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협회 논리대로라면 이번 결승전은 홍보 기간도 필요 없이 곧바로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프로리그 중흥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장 팬들은 줄어들고 있고 협회는 이를 위해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결승전에 역대 최저 관람객이 모이지는 않을지 팀 관계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최악의 조건이 겹쳐있지만 협회는 홍보 기간마저 포기했다. 과연 프로리그 중흥에 관심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전인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득에 맞게 말도 안 되는 예나 이야기들을 끌어다 쓸 때 하는 말이다. 차라리 이번 결승전에는 ‘아전인수’로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방송 일정 때문에 결승전을 급박하게 해야 해 홍보 일정이 빠듯하니 현장에 많이 찾아와 달라며 동정심에라도 호소하길 바란다. 지금 협회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프로리그 현장 관객수를 보며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