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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약속 지킨 이신형

[기자석] 약속 지킨 이신형
스포츠 스타에게 인터뷰 능력은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스포츠 스타에게는 더욱 필수불가결한 요소죠. 인터뷰를 통해 몸값을 올리는 선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터뷰는 선수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e스포츠 선수들 가운데에는 인터뷰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라 생각해 대충 하는 선수도 있고 마지못해 팀에서 시켜서 인터뷰 하는 선수도 부지기수입니다. 어떤 선수는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고 있다는 티를 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선수들과 만나는 일은 정말이지 기자도 피하고 싶습니다.

이번 WCS 시즌1 파이널에서 세계를 제패한 이신형도 인터뷰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무리 긴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네, 아니오' 등 단답형이었습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기자들이 이신형과 인터뷰를 힘들어 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이신형이 인터뷰를 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2에 있어서는 이영호를 능가하는 최고의 테란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도 이신형에게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고 답했습니다. 겸손을 넘어서 이제는 인터뷰가 하기 귀찮아 대충 대답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신형이 그렇게 답한 것은 컨셉도, 인터뷰를 하기 귀찮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진짜로 이신형은 자신의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고 프로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하거나 정규시즌 MVP 한번 받아본 적도 없는데 도대체 왜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오히려 답답해 했다고 하네요.

이신형은 말을 아끼는 선수였습니다. 결승전 전 이신형은 "만약 개인리그 우승을 한다거나 내가 생각할 때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제대로 인터뷰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신형은 약속을 지켜냈습니다. WCS 시즌1 파이널에서 이신형은 우승 후 "이제는 내가 스타크래프트2 최고라 생각한다"며 본좌다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신형의 이야기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약 이신형이 개인리그 우승도 못하고 주변의 평가에 취해 "내가 최고다"라는 이야기를 남발했다면 우승 후 인터뷰가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을 겁니다.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때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선수. 이제 그에게 '인터뷰 못하는 선수'라는 꼬리표는 떼야 할 것 같습니다. 정상의 자리에서 자신이 그동안 생각한 것들을 모두 풀어 놓으며 멋진 인터뷰를 해낸 이신형에게 이제는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약속을 지킨 이신형. 택뱅리쌍을 넘어 e스포츠를 새롭게 이끄는 스타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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