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활발한 이적과 팀 내 선수 재편성이 이뤄질 때마다 항상 '이번에는 어떤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갈까', '다음 시즌에는 어떤 팀이 강해질까'라는 기대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는 '다음 시즌에는 누구를 볼 수 없게 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LOL 리그의 경우 팀 입장에서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소위 '구멍'이 보인다. LOL은 5대5 팀전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 두 명의 기량 저하, 경기 내 실수는 곧 패배로 직결된다. 팀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위해 시즌이 끝나면 전력 강화를 위해 재편성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LOL 챔스 역사를 보면 잘 드러난다. 현재 LOL 챔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 한 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이제 1년 반 정도의 역사를 가진 LOL 챔스에서 많은 선수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가오는 섬머 시즌만 해도 '막눈' 윤하운이 KT로 이적했다던가, 팀 멤버 대다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는 등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시즌이 끝날 때마다 선수를 바꾸는 게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CJ 프로스트, 블레이즈의 경우 그동안 선수 교체가 가장 적었던 팀이다. 프로스트는 지난해 여름 최윤섭이 나간 후 박상면을 영입했고 올봄에 장건웅이 은퇴하면서 김강환을 들인 게 전부다. 블레이즈는 지난 겨울 팀을 떠난 복한규를 대신해 이호종이 들어왔다.
멤버 교체를 통해 큰 전력 강화를 꾀하지 않았지만 늘 CJ 프로스트, 블레이즈는 상위권의 성적을 냈다. 프로스트는 이번 시즌을 제외한 세 시즌동안 모두 LOL 챔스 결승에 올랐고 블레이즈 역시 지난해 스프링 시즌 우승을 포함해 항상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또 두 팀은 많은 해외 대회에서도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CJ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호성적 원동력은 강현종 감독의 믿음에 기인한다. 선수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강현종 감독의 무한한 믿음에 선수들은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한다. 하지만 선수 변동이 잦은 팀에 속한 선수들은 '방출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출의 공포'는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하고 이는 소극적인 플레이로 이어진다.
물론 멤버 교체를 통해 팀 전력 강화를 꾀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방안이다. MVP 오존의 경우 선수 두 명을 교체하면서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췄고 창단 후 처음으로 결승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다. 또 재편성을 통해 만년 꼴지 이미지를 벗고 완벽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MVP 블루의 좋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선택한 선수를 믿고 끝까지 가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MVP 오존의 윤성영은 국내 선수 통틀어 최고령인데다가 대부분의 팬들에게 프로 선수 중 가장 낮은 기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MVP 최윤상 총감독과 임현석 감독은 윤성영이 활약할 때까지 1년이 넘도록 기다렸고 그 성과는 올봄에 나타났다. 윤성영은 동료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약방의 감초같은 플레이로 팀 결승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전승 우승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세웠다. 김경문 감독은 4번타자로 이승엽을 기용했지만 성적은 신통찮았다. 7경기 동안 이승엽의 타율은 1할3푼2리. 많은 팬들의 비난과 질타를 받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이승엽을 기용했다. 결국 이승엽은 일본과 2대2로 팽팽히 맞서던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팀이 믿어주면 선수도 신이 나고 힘이 난다. 당장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것은 어떨까.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