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지 5년만에 우승한 이신형이나 오랜만에 개인리그 우승자를 탄생시킨 STX 소울에 감사를 전한다.
이번 WCS 4강에 오른 선수들 가운데 대중에게 익숙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리그에 관심을 갖고 매일같이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e스포츠 팬들에게는 이신형, 김유진, 김민철의 이름은 익숙하겠지만 대중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여전히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을 합쳐서 부르는 말-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많고 '어르신'들에게는 임요환을 끝으로 업데이트가 종료된 경우도 많다.
e스포츠계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이지만 대중 매체에서는 '듣보잡'이라 불리는 선수들을 보면 아쉽다. 매체의 실책이라는 생각에 반성도 하게 된다. 총체적으로는 e스포츠 업계의 스타 메이킹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요환이 스타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리면서 e스포츠계의 홍보 대사 역할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게임 방송국이 막 문을 열었고 게임, 또는 e스포츠라는 분야가 대중적으로 알려졌을 때 임요환 띄우기는 대단했다. 스포츠 신문에서는 마치 연예인 수퍼 스타가 나타난 것처럼 임요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했고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임요환의 소속팀이 SK텔레콤과 계약했을 때에는 KTF(현 KT)와의 기업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양 게임단은 소속 선수들을 TV 광고에 노출시키면서 스타 만들기에 나섰다.
2013년 프로게임단들은 어떠한가. 지난 칼럼에도 적었지만 스타 만들기 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또는 축소시키려는 경향이 더 크다.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알리는 것조차 꺼린다.
이신형, 김민철, 김유진, 정종현 등은 향후 스타2를 끌고 갈 빅스타들이다. 군단의 심장을 통해 막 꽃을 피운 선수들이긴 하지만 장래성이 뛰어나다. 정종현을 제외하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충분히 롱런할 재목들이다.
기업들 또한 관심을 가질만한 선수들이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임요환을 e스포츠의 대표 선수로 만들 정도의 노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이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오래도록 기량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좀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기업들이 안정화되어야 한다. 이신형이 속한 STX나 김민철, 김유진이 속한 웅진 모두 정상 궤도에 오른다면 이들이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힘을 불어 넣어준 이 선수들은 IMF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승수를 올리면서 희망의 아이콘이 된 박찬호나 맨발로 물에 들어가 러프샷을 성공시키면서 우승한 박세리나 다름 없다.
절망 속에서 장미꽃을 피워낸 새로운 인재들이 e스포츠계에서 레전드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