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의 이번 대회 우승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최성훈은 TSL 소속으로 한국에서 활동했다. 놀라운 게임 실력은 그의 학력에 가려 있었다.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이면서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기에 팬들로부터 '서울대 테란', '엄친아 테란'이라 불렸다. 한국에서 리그에 출전할 때 최성훈은 전략적이면서도 스마트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공부만큼 게임도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2년 넘도록 한국에서 활동하던 최성훈은 팀의 해체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을 세웠다. 어학 연수를 받으며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때때로 미국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할 생각이었다.
미국에 건너간지 6개월만에 최성훈은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있는 MLG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스타크래프트2가 자유의 날개에서 군단의 심장으로 버전이 바뀌었지만 이른 시간에 적응하면서 개인으로서는 1년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최성훈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100% 영어로 인터뷰를 했다는 점이다. 결승전을 앞두고 MLG 중계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성훈은 통역 없이 임했다. 중계진이 최성훈에게 "고석현과 과거 히스토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질문하자 최성훈은 영어로 "고석현과 한 팀에서 뛰었고 매우 친한 사이이지만 승부 앞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서울대학교 출신이고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성훈의 영어 실력은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자기 PR을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다. 그 안에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인터뷰를 할 때 다른 사람을 통해서 뜻을 전달할 때에는 100% 자신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알고 있다면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을 그 나라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성훈은 게임 실력 이외에도 큰 무기를 하나 갖고 있는 셈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이 바뀌면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여지가 매우 많아졌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또한 미국,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대회가 개최되고 있기에 한국어 이외의 언어를 익히면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다.
최근 e스포츠계에서도 영어를 공부하는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 EG의 감독을 맡은 박용운 감독은 자신의 SNS에 영어로 글을 올린다. 또 박태민 해설 위원도 가급적이면 영어로 의사를 전달하려고 한다. 단어의 용도가 틀리거나 문법, 어법에 맞지 않는 말도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도 시간 나는 대로 영어 공부를 하길 바란다. 전세계 각지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고 한국 선수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한국팀에 속해 있다고 해서 자신을 해외 팬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기회가 되면 해외 팀으로부터 러브 콜이 올 수도 있다. 만약 영어를 잘하고 게임 실력까지 뛰어나다면 해외 팀으로부터 코칭 스태프 제안을 받을 수도 있다.
게임은 말이 필요 없는 분야다. 그래픽과 타격감 등을 통해 직관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게임이다. 굳이 외국어까지 배우면서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게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임도 잘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제2 외국어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언어는 자신을 PR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무기다. 글로벌 시대를 맞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이라면 영어 공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 최성훈처럼.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