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최고참 임진묵이 321일만에 프로리그 복귀전에서 승리한 뒤 처음으로 던졌던 말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였기에 임진묵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팀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군 복무 중 갑자기 공군 에이스가 사라지며 연습하지 못한 기간도 상당했고 게다가 그 기간 동안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에서 스타크래프트2:군단의김장으로 종목도 바뀌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연습 기간도 짧았던 데다 공식전도 무려 1년 여간 쉬었다. 게다가 임진묵의 프로리그 복귀전 상대는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는 송병구였다.
임진묵이 프로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 같은 이유로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웅진이 정규시즌 1위를 찍고 나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아무도 임진묵이 승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진묵의 도전은 혼자만의 숙제가 아니었다. 웅진 선수들뿐만 아니라 웅진 코칭 스태프 모두 임진묵의 도전을 함께 했다. 자신의 경기가 아니었지만 엔트리에 없었던 김명운, 이재호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달라붙어 임진묵의 연습을 도왔다. 류원코치도 전담코치로 변신해 컨트롤 하나, 하나까지 체크했다.
임진묵의 무모한 도전, 아니 웅진 전체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임진묵 한 명이 이뤄낸 성과가 아닌 팀이 하나가 돼 이뤄낸 성과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임진묵 역시 승리 후 인터뷰에서 "동료들과 하나 돼 이뤄낸 쾌거"라는 말을 전했다.
군 제대 후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선수생활을 지속한 프로게이머조차도 손에 꼽을 정도다. 우울한 상황에서 임진묵의 도전은 왜 e스포츠가 팀 체제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드는 일도 결국 팀 체제에서 나올 수 있는 기적인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