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명실상부 최강 선수라 불리던 이신형은 달랐다. 성적을 잘 내지 못하고 있을 때는 누구의 말도 잘 듣지 않았지만 오히려 정상의 자리에 서고 난 뒤 겸손해졌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감은 가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코칭 스태프의 증언이다.
이신형이 데뷔전을 하기도 전부터 지켜봤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신형은 예전부터 고집이 센 선수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충고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가 애를 먹었다.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잠시 특급 신예로 주목 받기는 했지만 이신형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고 팬들의 뇌리 속에 잊혀져 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신형은 여전히 고집을 버리지 못했고 성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종목을 전환하면서 이신형의 태도가 변했다.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겸손해 진 것이다. 경기를 하나, 둘 이겨가면서 이신형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우승을 거머쥐고 난 뒤 코칭 스태프에게 따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신형이 최강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태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던 이신형은 그저 손만 빠른 선수였지만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이신형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겼다. 상대 선수는 1대1 싸움이라 생각하겠지만 이신형은 수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받으며 10대1로 대결하는 효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신형의 사례를 보며 겸손과 경청의 미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신형처럼 되고 싶은 프로게이머라면 누군가와 대결에 앞서 열 명의 머리를 모아 의논하고 연구하는 이신형의 겸손한 태도도 함께 배워야 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