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대에 오른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들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 플레잉 코치로 활약한 김윤환 코치는 눈물을 멈추지 못해 인터뷰조차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박종수 코치도 눈물을 삼키느라 표정 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언론 인터뷰 시간에도 김영주, 신대근 등도 눈물을 닦으라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눈물에는 단순히 우승했다는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제야 8명이 똘똘 뭉쳐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고, 어디를 가든 당당하게 프로리그 우승팀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들의 미래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뉴스를 접한 팬들은 모두 알겠지만 현재 STX는 기업 경영 악화로 게임단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위메이드나 MBC게임, 화승이 해체했을 때는 기업의 위기가 아닌 단지 회사 방침상 게임단 해체를 결정했었지만 STX는 다릅니다. 기업 자체가 어려움에 봉착했고 게임단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선수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리그에서 우승한다 해도 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쳤습니다. 우승 포상을 위해 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꿈을 계속 꿔가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결승전에 임했습니다.
우승한다 하더라도 다른 팀들처럼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들의 마음 속에는 '돈'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프로게이머를 꿈 꿨고 지금도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자신들의 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생을 걸고 결승전에 임한 것입니다.
유독 코칭 스태프가 많이 눈물을 터트렸던 것 역시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는지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눌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뒷풀이 자리에서 만난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되더라도 오늘 최선을 다했고 꿈을 이뤘기에 후회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9년 전 박상익과 한승엽, 박종수가 무대 위에서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후배들이 우승으로 닦아줬듯이 이제는 우리가 STX 선수단의 눈물을 닦아줄 때입니다. 기적을 보여준 STX 선수들이 계속 함께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팬들과 관계자들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또 하나의 기적을 이뤄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우승컵을 들어 올린 STX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들이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라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