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스타리그는 지난 2000년 중반 사장됐다. 스피드 있게 진행되는 남성부 경기와 달리 여성부 경기는 게임 진행이 느리고 수준도 크게 떨어지면서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임 방송국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부 대회를 진행하는 것을 꺼려했다. 비시즌에 이벤트 대회로 개최한 것이 전부였다.
대회가 사라지면서 많은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각자 살 길을 찾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여성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인 선수는 2명. 스타테일 김가영과 프라임 이유라가 유일하지만 대회가 없다보니 방송 일을 하거나 연습만 하는 일상이 연속이었다.
사실 이번에 원종욱 총 감독이 ESTV라는 게임 방송국을 개국하고 야심차게 시작한 여성부 스타리그도 겉에서 봤을 때는 부족한 부분이 수두룩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5명이 채 되지 않는 스태프가 진행해야 하며 일손이 부족하면 원 대표가 직접 나서야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회 진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송 쉬는 시간 동안 해설위원들은 땀으로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에어콘으로 몰려들고 뜨거운 열기를 참지 못하고 혀를 내두르지만 불평보다는 어떻게 하면 현 상황에서 더 나은 방송, 더 멋진 대회를 만들지 계속 의견을 주고 받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재 열리고 있는 여성부 스타리그가 조금 더 관심이 모아진다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2를 하는 여성 게이머의 숫자는 극소수이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대회를 진행하다보면 이런 부분들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부 스타리그가 성공하기 위해선 관계자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팬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또한 여성부 대회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대회를 주최한 ESTV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회의 성공 여부에 따라 곰TV 등 다른 방송국에서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여성부 스타리그가 성장하길 바란다. 내년까지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키우겠다든지, 여성 프로게이머를 단기간에 몇 명 배출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좇기 보다는 스타2라는 게임 안에서 즐겁게 게임하는 여성 이용자들을 모아 재미있고 유쾌한 대회를 만들다 보면 저변이 넓어지면서 대회도 한층 탄탄해질 것이다.
오랜만에 론칭된 여성부 대회가 스타2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