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를 넘기고 나면 반응이 어떨까 더 궁금해진다. 데일리e스포츠에 매일 같이 기사를 올리지만 다른 매체, 다른 지면에 나간 기사에 대해서는 다른 반향이 일지 않았을까라며 기대를 갖고 반응을 본다.
이영호와 홍민기는 다른 종목의 대표 선수다.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일가를 이뤘고 전체적으로 종목 전환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2에서는 아직 개인리그 우승과 같은 업적은 내지 못했지만 프로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하면서 여전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홍민기는 2012년 이후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 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의 대표 선수다. 돋보이기 어려운 보직인 서포터를 맡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리는 역할을 해내면서 LOL을 대표하는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홍민기가 속한 CJ 엔투스 프로스트는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한국 대표 LOL팀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 매거진S의 댓글을 보면 LOL 대표 선수 홍민기에 대한 반응은 평이한 편이다. 홍민기 개인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하거나 '매멘(홍민기의 아이디인 매드라이프와 아멘의 합성어;신급 플레이를 찬양하는 말)', '매라신'이라며 칭찬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영호에 대한 반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스타2에 대한 비판과 스타1에 대한 향수를 언급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스타1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스타2로 진행되는 리그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기에 나온 지적일 것이다. 3D에다 그래픽이 뛰어나고 온갖 편의성이 갖춰져 있는 게임이지만 정작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기에 나온 한탄으로 보인다. 현재 PC방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순위를 봐도 스타2는 스타1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스타2는 0.66%로 전체 17위에 머물러 있다. 스타1은 2.92%로, 전체 6위에 랭크돼 있다. 스타1으로 열리는 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스타2보다 무려 4배나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프로리그나 개인리그가 스타1으로 전환된다면 어떻게 될까? 스타1을 좋아하던 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스타1에 대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 특히 택뱅리쌍이라 불리며 스타1을 휩쓸었던 선수들도 좋아할 것이다. 스타2에 적응하지 못해 은퇴해야 했던 선수들이 복귀할 수도 있다.
게임단들도 환영의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스타2로 종목을 전환하면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떨어졌고 LOL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나 사무국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어왔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물론 스타2를 통해 게임단을 꾸려온 e스포츠 연맹 쪽의 의사는 다를 수도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나 방송사의 입장은 어떨까. 협회와 방송사가 스타1 리그를 접는다고 밝혔을 때 주된 이유는 후원사를 끌어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큰 돈이 들어간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적게는 6억원, 많게는 15억원까지 들며 스타리그는 한 시즌에 4~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스타1의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회 후원 비용을 낼 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타2로 전환하고 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와 한 번 이상 인연을 맺은 기업들이 계속 후원사로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신규 후원사 시장 창출은 되지 않았다. 스타1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고 스타2보다 인기도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가장 난색을 표명할 곳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 스타1의 생명은 이미 끊어졌다고 보고 있고 딱히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정확하게 표현하면 스타2에 연구개발, 마케팅 등의 비용을 올인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타1으로의 회귀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떨어질 뿐이지 북미나 유럽에서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을 자주하는 것을 보면 블리자드는 스타1으로의 회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들과 다르게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과 연관이 있다. 게임이라는 매개체가 존재해야 하고 게임은 개발사와 서비스사가 존재하는 하나의 상품이다. 개발사, 서비스사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팬이나 선수들이 원한다면 부활을 고민해봐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떨어지는 게임이지만 인기의 불씨가 살아 있고 마케팅적인 요소가 살아 있다면 스타1으로의 전환이라는 화두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열린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결승전 현장에서 만난 한 감독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스타2의 가장 큰 대회에 모인 인원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면 스타1으로 유턴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팬들이 농담처럼 던진 댓글에 e스포츠 관계자들도 동감하는 것을 보면 심사숙고가 필요한 이슈라고 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ps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