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제동은 프로토스전에서 연전연패하며 '프로토스를 일으킨 자'라는 불명예도 얻기도 했습니다. 연패를 해도 경기력이 좋다면 상관 없겠지만 방송 경기에서 이제동의 경기력은 각 팀 신예들과 견줄 수 있는 실력이었습니다. 이미 밑바닥으로 떨어진 이제동이 다시 위로 올라오기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동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화승이 해체하고 만들었던 8게임단. 후원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명쾌하게 나온 결과는 없었고 급기야 이제동은 해외 팀인 EG-TL에 임대돼 프로리그를 뛰어야 했습니다. 이제동은 이 시기 동안 남몰래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더군요. 이제동은 프로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3개월 남짓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연습 벌레로 알려진 이제동이 연습을 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제동은 프로리그에서 연전연패했고 '폭군'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프로리그뿐만 아니라 개인리그에서도 매번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이제동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WCS가 열린다고 발표됐을 때 이제동이 아메리카 리그를 선택하면서 팬들은 "실력이 안 되니 꼼수로 올라오려는 속셈"이라며 그를 평가절하했습니다.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이제동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동은 남들은 모르지만 3개월 동안 마우스를 놓았던 자신이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을 감수했던 것도 어떤 이유에서건 마우스를 놓았던 스스로를 탓하며 그저 연습에 매진할 뿐이었습니다.
이제동은 박용운 감독이 EG-TL로 부임하고부터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이제동이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것이 불과 4개월 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동은 "팬들의 비난은 3개월 간 연습하지 않았던 나에 대한 채찍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묵묵히 연습하면서 이제동은 연말이 되면 연습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 자신 했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충분히 지금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결국 이제동은 해냈습니다. 그가 WCS 아메리카 시즌2에서 준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운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여 펼쳐진 WCS 시즌2 파이널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며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후에는 팬들 역시 그의 부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로토스전을 완벽하게 마스터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비록 해외 대회에서 네 번 연속 준우승을 하며 '콩라인'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제동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택뱅리쌍' 가운데 어떤 선수도 개인리그 결승에 진출했던 선수는 없습니다. 이제동만이 아직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연습에 몰두하며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이제동. 그를 묵묵히 기다려줬던 팬들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요? 그리고 '폭군'의 부활은 e스포츠에 활력소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시 돌아온 '폭군' 이제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