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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10년이 지나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결승전의 사회를 맡은 전용준 캐스터가 비 속에서 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결승전의 사회를 맡은 전용준 캐스터가 비 속에서 오프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열린 핫식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챔스) 서머 2013 결승전은 비와의 사투였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팬들도 우왕좌왕했고 관계자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31일 일기예보에 구름이 많을 것이라 예고됐지만 오후 4시까지만 해도 몇 방울씩 떨어졌을 뿐 떨어지지는 않았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까지 팬들이 모여 들었고 1만 석의 객석이 대부분 차면서 롤챔스 결승전은 성황을 이룰 것이라 예상됐다.

오프닝이 시작되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용준 캐스터가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던질 때부터 폭우가 내렸다. 비구름이 잠실 전역에 퍼져 있었고 쏟아지면서 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객석의 절반 이상이 비었고 비가 내리면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야외 무대의 특성이 반영될 것으로 보였다. 바로 옆 경기장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롤챔스 결승의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 전망됐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팬들은 떠나지 않고 결승전을 관전했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팬들은 떠나지 않고 결승전을 관전했다.

실제로 1세트가 한창 진행될 때까지 비는 계속 쏟아졌고 설상가상으로 빗줄기도 굵어졌다. 소나기에 옷이 젖었고 팬들은 버티다 못해 계속 자리를 떴다. 중계진도 비를 맞으면서 해설과 진행을 이어갔지만 더 내릴 경우 장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었다.

다행히도 1세트가 끝날 무렵 비가 그치면서 객석을 떠난 관객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30여 분에 걸쳐 내린 소나기 덕인지 더위는 한풀 꺾였고 관객들은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면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백미는 선수들의 경기력이었다. 2대0으로 KT 롤스터 불리츠가 앞서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3대0으로 가볍게 마무리될 것 같았지만 SK텔레콤 T1이 반격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다. 최종전인 5세트까지 진행될 경우 케이블TV, IPTV의 시청률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입소문이 나면서 티빙, 트위치, 네이버 등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채널들까지 동반 대박을 터뜨렸다.

그동안 e스포츠계에서는 다양한 대회가 비 속에서 진행됐다. 2002년 e스포츠 사상 최초의 야외 결승전이었던 스카이 스타리그 이후 2003년 KTF EVER 프로리그 결승전이 우천으로 인해 취소된 이후 1주일 뒤에 경기를 치렀고 결승 당시에도 비가 내렸다. 부산 광안리에서 치러진 프로리그 결승전이 공식화된 2006년에도 소나기가 오락가락한 적이 있다.

잔뜩 먹구름이 낀 결승전 현장을 지킨 주역은 팬이었다.
잔뜩 먹구름이 낀 결승전 현장을 지킨 주역은 팬이었다.

그 때마다 현장을 지켜준 주체는 팬이었다. 선수들, 중계진과 똑같이 비를 맞으면서도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켜봤고 함께 웃고 함께 웃으면서 현장을 지켰다. 중계진이나 관계자들도 팬들의 '의리'를 믿고 기업팀을 창단하거나 리그를 확대하는 데 힘을 썼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힘을 다해간 이후 e스포츠계에는 그다지 힘 받을 일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31일 핫식스 롤챔스 결승전이 끝난 이후 STX가 프로게임단 소울을 더 이상 후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또 하나의 대기업이 업계를 떠나갔다.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는 e스포츠는 끝났다, 기업 게임단 시대가 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8월31일 롤챔스 결승전을 통해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의 저력이었다.

10년이 지났고 종목이 변했지만 변함 없는 e스포츠계에 대한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장 큰 버팀목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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