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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별이 진다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여행스케치의 명곡 '별이 진다네'의 노랫말 앞부분이다. 가사처럼 e스포츠계의 별이 졌다.

SK텔레콤 T1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택용.
SK텔레콤 T1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택용.

SK텔레콤 T1 김택용이 은퇴를 선언했다. 9월9일 오전 SK텔레콤 T1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택용의 은퇴를 알렸다. 이유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 대한 적응이 미진했고 군에 가야할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 아니 프로리그가 끝난 뒤인 8월과 9월에만 5~6명의 프로게이머가 은퇴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프로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SK텔레콤 T1이 STX 소울에게 패한 이후 도재욱이 그만둔다는 뜻을 전했고 진에어의 주장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김재훈이 떠났다. 8월말에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로 진행된 스타리그 마지막 우승자인 삼성전자 허영무가 은퇴했고 그리고 나서 프로토스 사상 가장 많은 우승컵을 안았던 SK텔레콤 T1 김택용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 두겠다고 나서면서 정점을 찍은 셈이다.

이들은 왜 프로게이머라는 자리를 포기했을까. 스타2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 성적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김재훈이나 허영무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12-13 시즌 진에어와 삼성전자에서 다승 1, 2위를 기록하면서 적응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성적을 냈다. 허영무는 32승24패로 삼성전자 안에서 다승 1위를 기록했고 김재훈은 24승24패로 전태양에 이어 팀내 2위에 랭크됐다. 스타2에서도 이들의 적응력은 협회 소속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김택용과 도재욱은 프로리그에서 입지가 확실히 떨어졌다. 김택용이 9승8패, 도재욱이 7승10패를 기록하면서 팀내 5, 6위에 각각 랭크됐다. 그렇지만 김택용과 도재욱은 은퇴할 정도의 이름값은 아니다. 김택용은 '택뱅리쌍'이라 불리면서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었고 도재욱은 SK텔레콤에서 '도택명' 안에 들어가면서 지주 역할을 했던 선수다. 비시즌 동안 기량을 가다듬은 뒤에 차기 프로리그에서 부활을 노려볼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재목들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은퇴는 시류의 흐름을 반영한다. 스타1에서 최고의 선수들이라 꼽혔던 이들은 스타2로 넘어오면서 세파에 휘둘렸다.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해야 했던 시즌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스타2만을 해오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한 번 꺾인 바 있다. 개인리그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예선을 전전해야 하며 '충격의 탈락'이라는 기사 제목의 소스를 제공해야 했던 점은 분명히 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혔다.

공식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개인리그의 마지막 우승자인 삼성전자 허영무도 은퇴 수순을 밟았다.
공식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개인리그의 마지막 우승자인 삼성전자 허영무도 은퇴 수순을 밟았다.

개인리그에서 부진하다 보니 프로리그에서도 출전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야 했다. 김택용, 도재욱, 허영무, 김재훈 모두 프로리그 로스터에는 포함됐지만 실제 출전 명단에는 없었던 기간이 존재했다. 팀 성적을 올리기 위해 SK텔레콤은 e스포츠연맹 소속이었다가 팀을 나온 원이삭과 최민수를 받아들였고 허영무, 김재훈은 출전 기회를 보장 받긴 했지만 계속 지면서 경험을 쌓아야 했다.

스타2가 갖고 있는 한계 또한 이들의 은퇴를 부추겼다.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가 한국에서 공식 발족된 이후 e스포츠의 헤게모니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넘어갔다. 한국에 e스포츠라는 씨앗을 뿌리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스타1의 후속작인 스타2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스타1을 통해 자신들이 e스포츠의 대표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이 선수들은 점점 기울어가는 가세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은퇴를 결심해야 했다.

군 문제 또한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이 선수들은 막내부터 주전, 에이스, 아이콘으로 성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택용, 도재욱, 허영무, 김재훈 모두 1989년생이다. 우리 나이로는 25세, 만으로 따져도 24세다. 송병구나 윤용태처럼 이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군에 가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과거처럼 공군 에이스가 프로게임단을 운영했다면 이 선수들이 은퇴 대신 입대를 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겠지만 2012년을 끝으로 공군 게임단은 사라졌다.

별은 언젠가는 진다. 지금 우리 눈에 들어오는 별빛은 10만년 전에 쏜 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스타1을 통해 빛을 발했던 선수들도 언젠가는 은퇴를 하겠지만 시점과 은퇴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꿈은 사려져가고 슬픔만이 깊어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짙어가는데

e스포츠 팬들의 마음도 '별이 진다네'의 후렴 부분과 같을 것이다. 꿈에서나 볼 듯한 플레이를 펼쳐준 별들이 사라지는 마음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빛은 아직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10만년 전에 별이 낸 빛이 지금 시대의 지구에 도착하는 것처럼.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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