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오존은 B조 조별 풀리그에서 5승3패를 기록하면서 8강 진출전을 치렀다. 상대는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인 겜빗 벤큐였고 삼성 오존은 초반 유리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며 역전패를 당해 탈락했다.
삼성 오존의 탈락이 확정되자 비난이 한 선수에게 몰렸다. 삼성 오존에서 중단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다데' 배어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팬들이 삼성 오존의 탈락 원인을 배어진으로 꼽으면서 배어진의 아이디인 '다데'는 22일 내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배어진은 롤드컵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 챔피언인 라이즈를 택해 비난을 받기 시작했고 22일 경기에서는 오버 플레이를 통해 연속해서 퍼스트 블러드를 내주기도 했다. 8강 진출 여부가 걸려 있었던 겜빗과의 대결에서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택한 배어진은 1킬만을 기록하면서 슬럼프 극복에 실패했다.
배어진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번 롤드컵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삼성 오존이 패한 경기를 분석해보면 KDA(킬과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눈 점수)에서 2를 넘긴 적이 없다. 20일 프나틱과의 대결에서는 1킬 7데스 3어시스트에 그치면서 0.6이라는 최악의 KDA를 달성하기도 했다. 팬들이 배어진이 부진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삼성 오존의 탈락 원인이 배어진 때문만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1대1로 경기를 치르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분명 다르다. 5명의 호흡이 들어맞아야 하고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팀이 승리할 수 있다. 다른 4명보다 한 명이 확실히 처지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뒤를 받쳐준다면 팀은 이길 수도 있다.
삼성 오존이 롤드컵에서 손에 쥔 탈락이라는 성적표는 전반적인 기량 저하가 원인이다. 삼성 오존이 롤드컵 출전권을 얻을 때 활약했던 '옴므' 윤성영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치러지는 가장 큰 대회인 롤드컵에 장형석을 내세운 것이나 유럽 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패턴에 변화를 주지 못한 점 등 팀이 안고 있는 문제가 더 크다. 팀의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패배라는 성적을 보여준 것이다. 배어진만의 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 배어진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해 한국 팬들의 집중 포화를 맞은 황선홍이나 자책골을 만든 뒤 귀국했다가 팬의 총에 맞아 숨진 콜롬비아의 골키퍼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직접적인 언급은 줄었다고 하더라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한 비판 글과 뒤따르는 댓글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이번 롤드컵 탈락으로 인해 배어진이 게임을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하더라도 롤드컵으로 인해 생겨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어진이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밖에 없다. 롤드컵이라는 무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국내 리그에서 다시 정상에 서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난과 야유, 질책보다는 힘내라는 응원의 말 한 마디가 절실하다. 전용준 캐스터가 방송에서 언급한 것처럼.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