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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선수가 자산이다

지난 9월9일 은퇴를 선언한 SK텔레콤 T1 김택용. e스포츠의 레전드 가운데 한 명이 또 떠났다.
지난 9월9일 은퇴를 선언한 SK텔레콤 T1 김택용. e스포츠의 레전드 가운데 한 명이 또 떠났다.
지난 주 SK텔레콤 T1이 e스포츠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SK텔레콤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나진 소드를 3대2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상금 25만 달러를 이미 확보했으며 중국 대표인 로열클럽 황주를 꺾을 경우 110만 달러, 한화 약 12억 원을 손에 넣게 된다. 롤드컵이 워낙 이슈였기에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소식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했고 1주일 내내 이슈의 중심에 섰다.

미국에서의 낭보가 전해지는 동안 SK텔레콤 T1발 빅 뉴스가 나왔다. 23일 월요일 SK텔레콤 T1은 보도자료를 통해 임요환 감독이 사의를 밝혔고 수석 코치인 최연성을 감독 대행으로 앉히기로 결정했다. 8월에 도재욱, 이달 초 김택용의 은퇴 소속에 이어 임요환 감독의 퇴진 소식을 전하면서 SK텔레콤 T1은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새롭게 팀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SK텔레콤 T1의 결정은 결정대로 의미가 있다. 임요환이 사의를 밝힌 이유나 김택용이 선수 생활을 그만 두겠다는 속내가 공개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팀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감독직 사의, 선수 은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e스포츠계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임요환. 감독직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표한 뒤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e스포츠계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임요환. 감독직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표한 뒤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남은 과제는 임요환과 김택용의 거취다. 사의를 밝힌 이후 임요환은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데일리e스포츠가 몇 차례 통화하려 했지만 임요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도 김가연과의 결혼,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창단 등 추측만 난무한 상황이다.

김택용은 개인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를 통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를 연습하고 있고 래더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요환과 김택용은 e스포츠가 낳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다. 임요환은 스타1이 한국을 대표하 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한 'e스포츠의 아이콘'이며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던 인물이다. 화려한 선수 생활 이후 스타크래프트2를 안정적으로 론칭시키기 위해 팀을 만드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2012년에는 친정 SK텔레콤 T1으로 돌아와 수석 코치와 감독으로 활약했다. 1999년 이후 14년 동안 e스포츠를 위해 뛰었고 e스포츠계가 키운 인재다.

김택용 또한 마찬가지다. '꽃미남' 게이머로 2005년 데뷔한 이후 3.3 혁명, 프로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승 등의 기록을 만들어낸 선수다.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등과 함께 '택뱅리쌍'이라 불리면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요환과 김택용은 e스포츠계가 만들어낸 자산이다. 10년 이상 공을 들인 플레이어들이고 여전히 큰 파괴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빅스타들이 업계를 떠나는 일은 e스포츠계의 자산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 없다.

프로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안정화된 야구나 축구 등은 은퇴자들-특히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들이 튼실히 갖춰져 있다. 경기 운영 위원, 협단체의 직원, 학원 스포츠의 지도자 등 업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e스포츠 업계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력이 떨어져서, 실력이 줄어서, 나이가 많아 사의를 표명하고 은퇴를 선언한다 치더라도 언젠가는 e스포츠계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연줄을 이어 놓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방송국이나 경기장은 돈을 들이면 언제든 갖출 수 있는 인프라이지만 사람은, 특히 스타 플레이어는 수백억 원을 들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인프라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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