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롤드컵의 열기는 대단했다. 온게임넷이 메인 방송사로 나서면서 전 경기를 실시간 생중계했고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국에 직접 중계진을 보내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작년보다 더 늘어난 플랫폼들을 통해 롤드컵의 인기는 한국을 강타했다. 국내 최대의 포털 네이버를 비롯해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티빙, 아프리카 등을 통해 중계가 이뤄지면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롤드컵과 한국 팀 소식이 장악했다.
방송을 시청하는 인원도 상당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메뉴에 등장하는 네이버에서만 확인한 결과 한국팀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는 적으면 5만, 결승전에 경우 14만 명에 육박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실감했다. 티빙 자체 내의 점유율을 보여주는 티빙은 70~80%를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공식적으로 시청률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온게임넷 또한 결승전에 1%에 가까운 시청률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주 동안 갖은 이슈를 만들어낸 롤드컵, 그리고 한국팀인 SK텔레콤 T1의 우승이었지만 경제 효과에 대한 분석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9월 한 달간의 메가 트렌드였지만 e스포츠계 안에는 이와 같은 트렌드가 얼마의 값어치가 있는지 연구하는 기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e스포츠계는 유독 숫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방송 시청률, 실시간 접속자 수 등 객관적인 숫자는 수도 없이 떠돌아 다녔지만 제반 현상들을 아우르는 효과 분석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었다. CJ가 프로게임단을 시작한 첫 해 홍보 효과가 132억 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담당 직원이 산출한 내역일 뿐 경제 연구 기관이 수행한 정확한 수치 책정은 아니다.
2009년에는 e스포츠가 갖고 있는 산업적인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고 언급된 바 있지만 유관 기관의 사업까지 포함한 수치이기에 신빙성이 크지는 않다.
질문 : 혹시 SK텔레콤 T1의 롤드컵 우승이 가져다 줄 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 가치로 판단하면 될까요?
대답 : 저도 잘 모르겠네요. 경제 효과를 따로 분석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엄청 날 것 같기는 한데... 얼마가 될지 저도 궁금하네요.
SK텔레콤 T1이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의 사무국과 나눈 대화다. 대회가 끝나고 우승을 차지한 직후에 나온 이야기였기에 담당자도 당황스러웠겠지만 이것이 한국 e스포츠의 현실이다.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정성적으로 돌아간다. 계량화된 수치가 없다. e스포츠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e스포츠의 역사가 10년을 훌쩍 넘어 20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분석조차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e스포츠 업계가 근본적인 연구를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연구 기관을 선정해 e스포츠 실태 조사라는 것을 진행한다. 말이 실태 조사이지 트렌드를 반영하는 수준을 넘지 않는다. 한국e스포츠협회나 각 게임단에 공문을 돌려 선수 보유 현황, 연봉액, 대회 출전 횟수, 입상 현황 등을 체크하고 업계 관계자들의 대담회를 통해 요구 사항을 받아 적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e스포츠 업계의 현황 정리에 그칠 뿐이다.
e스포츠계의 빅이슈가 발생할 때 경제 효과를 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되면서 업계의 수준을 외부에 알리고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07년 기업들이 대규모 e스포츠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것도 당시 협회를 이끈 SK텔레콤이 홍보 효과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자료를 만들어 국내 100대 기업에 제공하면서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롤드컵, 그리고 SK텔레콤 T1의 우승을 통해 e스포츠계가 재도약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상황에서 체계적인 조사와 신빙성 있는 자료를 발판으로 기업들의 참가를 유도한다면 제2의 창단 열풍이 불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