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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대중성에 대한 고민

[기자석] e스포츠 대중성에 대한 고민
지난 2주 동안 개인적으로(업무적이기도 합니다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등 기존에 열리는 리그에다가 서든어택까지 더해지면서 e스포츠 행사가 무척이나 많이 열리기도 했습니다만 새로운 업무가 하나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스포츠 코너에 e스포츠 섹션을 따로 꾸리면서 부가적인 업무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영광스럽게도 제가 게스트로 나서면서 취재 이외에도 일이 늘어났죠.

네이버 스포츠의 라디오에서 e스포츠를 다루는 코너를 제안받으면서 제작진과 함께 고민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의 선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가였습니다. e스포츠 전문 기자로서 갖고 있는 전문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과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낮은 수준의 방송을 해야 하는가의 사이에서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e스포츠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입니다. 저는 2007년과 2008년 KBS 라디오를 통해 e스포츠 소식을 매주 7분씩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한창 인기였을 때에도 메이저 방송국에서 라디오이긴 하지만 e스포츠 소식을 매주 다루는 것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경력이 10년이 넘는 아나운서들도 e스포츠 코너에 들어가면 원고에 충실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죠.

게시판에 올라오는 청취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e스포츠 리그를 매일 같이 보는 팬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뉴스라고 하고 있냐", "정보의 수준이 낮다", "재미가 떨어진다" 등등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전혀 모르는 제 부모님 세대들은 "인삿말을 빼고는 단어가 들리지 않는다"고 청취 소감을 전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에서 데일리 e스포츠 프리뷰를 진행할 때에도 똑같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어떤 수위에 맞추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했지만 확실한 답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결론은 재미였습니다. 5년전에 방송했던 프로그램처럼 공중파(또는 지상파)가 운영하는 채널이 아니기에 최소한의 방송에 대한 예의만 지키는 선에서 청취자에게 재미를 주자고 답을 내렸습니다.

첫 주에는 그나마 '선플'이 많이 달렸습니다. '네이버에서 e스포츠 뉴스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섹션을 만들더니 일일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만들면서 e스포츠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죠. 두 번째 주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것이 없다', '다 아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냐' 등등의 비판이 일었고 끝내 '왜 해요'라는 댓글도 등장했습니다.

5년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는 일반인들의 항변과 다 아는 걸 왜 또 이야기하느냐는 팬들의 비판 속에 서버렸습니다. 재미를 주면서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당초 의도를 살리지 못한 것은 패널인 저의 부족함 때문이지만 e스포츠를 대하는 극과 극의 성향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됩니다. e스포츠는 1~20년 이상 인기를 얻은 종목이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10년 조금 넘게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질 만해지자 리그가 없어졌습니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 대중들이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의 명맥을 이어갈 무대가 사라진 것이지요. 스타크래프트2가 바통을 이어받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되겠지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은 참 많은 이용자들이 존재하고 리그도 연일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아직도 '듣보잡'입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인지도를 형성하지는 못했지요.

e스포츠가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래가는 종목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나 축구처럼 프로화되어 30년 이상 흘러가야만 대중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2002년 이전까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그리고 LG 트윈스 팬들이 2013년 유광 점퍼를 꺼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수많은 경기가 치러지고 매 경기마다 이야기가 생겨나며 이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히스토리가 됩니다. 그리고 히스토리는 또 다시 스토리로 연결되는 매개체가 되지요. 그 안에서 전문성이 가미되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2010년대 초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어떤 종목이 또 다시 e스포츠의 대세 종목으로 득세할지 모릅니다. 분명 새로운 종목이 인기를 얻을 것이고 e스포츠의 역사를 이어받을 것이지요.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새로운 종목이 아무리 큰 인기를 얻더라도 대중성과 전문성의 기로에는 또 다시 설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 세대들에게, 이 종목의 파괴력을 알리기 위해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 확실합니다. 시행착오의 파고를 줄이는 일이 e스포츠 업계가 해야 할 일이고 네이버의 e스포츠 라디오 프로그램은 하나의 완충지가 될 것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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