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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CJ 엔투스의 의미 있는 '딴짓'

CJ 엔투스 박용운 감독과 선수들이 제작한 'CJ 엔투스용 팝' 뮤직비디오 캡처
CJ 엔투스 박용운 감독과 선수들이 제작한 'CJ 엔투스용 팝' 뮤직비디오 캡처
CJ 엔투스 프로게임단이 특이한 '짓'을 연이어 벌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팀이다. 스타2 팀이라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2013년 10월 기준으로 CJ 엔투스라고 말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인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CJ 엔투스 스타2팀은 SK플래닛 스타2 프로리그 12-13 시즌을 마친 이후 김동우 감독과 계약을 이어가지 않고 박용운 감독을 영입했다. 박 감독은 MBC게임 히어로의 전신인 POS에서 코치로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고 MBC게임 히어로를 2006 시즌 우승으로 이끈 뒤 2008년부터 SK텔레콤 T1의 사령탑으로 이동, 2012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SK텔레콤을 떠나 4개월 가량 낭인 생활을 한 박 감독은 EG-TL의 감독을 맡으면서 업계로 돌아왔다.

2012 시즌을 마친 이후 박 감독은 CJ 엔투스의 부름을 받았고 고민 끝에 국내 팀으로 돌아왔다. 2개월 가량 조용히 지내던 박 감독은 'CJ 엔투스용팝'으로 첫 행보를 내딛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CJ 엔투스용팝에는 김정우, 신동원, 정우용 등 CJ 엔투스 스타2 팀 소속 선수들이 모두 등장한다. 크레용팝이 부른 노래에 맞춰 선수단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오글거린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뮤직 비디오 안에 스토리 라인이 존재하고 워크숍 장면까지 들어가 있어 탄탄한 구성을 자랑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박용운 감독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까지 마친 '자작(自作)'이라는 부분이다. 이 뮤직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박 감독은 팬들에게 물어물어 편집기 사용법을 익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의 이후 행보는 온라인 평가전이다. 진에어 그린윙스, SK텔레콤 T1과 이벤트 매치를 연이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매치업 방식도 독특했다. 프로리그 방식이나 팀리그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들을 선택, 금지할 수 있는 요소를 3, 4세트에 넣으면서 재미있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온라인 실시간 매치업이었기에 많은 팬들이 보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최근 실력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프로게임단의 사령탑은 성적만 잘 내면 된다는 인식이 박혀 있는 상황에서 박용운 감독이 독특한 일을 자꾸 벌이는 이유는 스타2 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다. 2012년부터 서비스된 리그 오브 레전드가 연일 상한가를 치면서 스타2 공식 리그는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3년 3월부터 군단의 심장이 발매되면서 잠깐 살아나는 듯했지만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에게는 역부족이다.

선수들도 하나둘씩 떠나갔고 스타급 선수들까지 연일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스타2 팀을 꾸렸던 기업인 STX가 프로리그 우승 이후 팀을 접었고 결승에 올라갔던 웅진은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스타2 리그를 둘러싼 분위기는 뒤숭숭하기 그지 없다.

이런 시점에 박용운 감독이 '딴짓'을 자꾸 벌이는 이유는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기 위해서다. 스타2 팀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뮤직 비디오 감독을 기용해 팬 서비스용 UCC를 만들자고 회사에 제안하는 것보다는 감독이 직접 공부해서 만들어 팬 서비스에 나섰다. 팀들의 전력을 미리 보여주겠다며 온라인 평가전을 시도한 것도 프로리그를 앞둔 시점에서 정보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오버'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스타2 업계가 살아나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용운 CJ 엔투스 감독이 오지랖이 넓고 '오버'한다고 혹평할 수도 있다. 게임단이나 잘 챙기라면서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스타2 업계에서 인위적인 노력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도화선이 되겠느냐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프로게임단 현직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사비를 들여 메이저리그게이밍 본선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스타2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박용운 감독이기에 '딴짓'을 해도 밉지 않다. 감독이 흥행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호시절을 지나쳐버린 스타2 리그의 현실이 아쉬울 뿐.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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