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게임을 술, 마약, 도박 등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자 하는 법안 의결을 놓고 시끄러운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는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블리자드가 개최한 블리즈컨 2013에서 열린 WCS 글로벌 파이널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인 김유진이 우승을 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4월부터 한국, 유럽, 북미 세 개 지역에서부터 시작돼 이번에 막을 내린 WCS 최종 16강에 오른 16명 중 15명이 한국 선수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인천에서 열린 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e스포츠 부분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또 지난 달에 있었던 리그오브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팀들을 모두 연파한 한국의 SK텔레콤 T1이 우승을 거뒀다.
이 선수들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게임을 하며 연습을 한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은 게임 중독자들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말이 몇 시간이지 하루 10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중독자들이 세계를 점령했고, 한국을 빛냈다. 세계 게이머들에게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우상이자 영웅이고 롤모델이지만 한국에서는 게임 중독자 취급을 받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들의 땀과 열정이 중독으로 둔갑한 셈이다.
게임에 대한 순기능을 배제한 채 마냥 게임을 악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게임중독법'이 통과되면 향후 국내 게임시장을 비롯해 e스포츠까지 쇠퇴할 수 밖에 없다. 게임이 중독 물질과 동일 선상에 놓인다면 한국이 갖고 있는 e스포츠 맹주의 자리는 다른 나라에 넘겨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데일리게임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