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는 이번 불법 베팅 사례를 놓고 '11월 괴담'이라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 불법 베팅은 1년, 4계절, 12달 내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 방송으로 해외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행사들을 중계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작전 타임에는 불법 베팅 사이트를 광고하는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불법 베팅의 폐해는 엄청나다. e스포츠 업계는 문을 닫을 뻔했다. 2010년 e스포츠 업계는 불법 베팅에 선수들의 연루되어 승부 조작 사건이 벌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마 모씨, 박 모씨 등으로 연루 의혹을 받은 선수들은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챔피언 출신이었고 검찰 수사 끝에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실형을 받으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축구, 농구, 야구도 불법 베팅, 승부 조작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축구는 가장 먼저 대규모로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러 골을 먹히는 골키퍼와 느슨하게 수비하는 수비수 등이 발각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한 프로축구단의 감독은 자살을 택하기도 했다. 농구는 얼마 전 프로농구단의 감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됐고 야구 또한 프로 야구의 자라나는 새싹들이 연계되어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며칠 전에는 민속 씨름 또한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처럼 승부 조작이 발생하는 이유는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스포트토토라는 이름으로 복표 사업을 정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배당액이 불법 베팅보다는 크지 않다.
게다가 불법 베팅의 경우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생활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과거에는 PC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언제, 어디서든 베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졌다.
불법 베팅은 스포츠의 건전한 육성을 막는다. e스포츠는 아직 정식 스포츠가 아닌 상황에서 문제가 터졌지만 야구와 농구, 축구 등은 국가에서 체육복표를 발행하는 프로 종목이다. 정식으로 인정받은 복표 사업이 있는 가운데 불법 베팅이 자행되면서 건전한 투자금이 스포츠 육성에 쓰이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 또 어둠의 손길이 선수들에게도 다가옴으로써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승부 조작이 이뤄지게 된다.
불법 베팅, 승부 조작에 대한 수사당국의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 연예인 누가 연루됐고 스포츠 스타 누가 조작에 가담했는지를 찾는 것보다 불법 베팅이 발생하는 원인과 뿌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불법 베팅의 연결고리인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트를 발본색원하고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들에게 중형을 내려야 한다.
한국에 서버를 두고 불법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발본색원하기 어렵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이 사이트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이기에 국내에 거주하며 해당 사이트들은 대부분 인터넷 방송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어렵지 않다. 수사 당국이 직접 자료를 모으기 어렵다면 불법 베팅 사이트를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금액을 높여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이슈를 만들기 위한 '셀리브리티 털기'식 수사가 아니라 근원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국의 스포츠 산업과 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e스포츠 업계 또한 글로벌 e스포츠 정식 종목화, 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 인정 등 정식 스포츠로 발전하겠다는 목표가 서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날 여지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시점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ps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