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했지만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주목 받았고 질문이 많았던 사항은 프로리그를 스포TV 게임즈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슈였다. 12-13시즌부터 프로리그를 중계하기 시작한 스포TV가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부터 경기장이나 시설에 대한 의문, 채널의 정체성과 운영 방식 등 여러 질문이 나왔다.
여러 질문들 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궁금증은 과연 온게임넷이 중계하지 않는 프로리그가 흥행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한창 진행되던 2003년 온게임넷을 프로리그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MBC게임의 팀리그와 경쟁을 펼쳤다. 2005년 두 게임방송의 단체전 브랜드를 프로리그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고 두 방송사가 동시 또는 별도 생중계를 맡으면서 프로리그는 흥행했다. 광안리 10만 관중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군소 게임단들이 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2012년 MBC게임이 문을 닫기 전까지 양대 게임방송사 구도와 프로리그 생중계는 e스포츠계의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진행되는 프로리그를 중계하지 않는다. 10년 넘도록 함께 해온 브랜드, 자기 손으로 만든 이름을 놓았다. 온게임넷이 협회와 프로리그를 함께하기 위해 열심히 협상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온게임넷은 스타2 프로리그를 내려 놓았다.
미디어데이에서 한국e스포츠협회는 스포TV 게임즈가 스타2 프로리그를 독점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 "주인정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포TV 게임즈가 스타2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에 대한 주인정신을 갖고 맡아 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2014년 국내에서 열리는 스타2 리그는 스포TV 게임즈의 프로리그와 곰TV의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가 전부다. 이달 초 블리자드가 2014년 WCS의 운영 방안을 공개했을 때 온게임넷의 이름은 없었다. 블리자드의 게임물에 대한 대회 개최권을 온게임넷이 갖고 있기에 언제 대회를 해도 상관 없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설명이지만 온게임넷은 2014년 WCS에 대한 계획을 내지 않았다. 여기에다 프로리그까지 스포TV 게임즈가 단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되면서 온게임넷은 2014년에 스타2 대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온게임넷의 핵심 콘텐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다. 챔피언스 대회를 진행하고 있고 1년에 3개 시즌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4년에 열리는 시즌4 월드 챔피언십 또한 온게임넷의 주도로 열릴 전망이다. 또 협회, 라이엇게임즈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린다. 주인정신이라는 단어를 적용해 보면 온게임넷은 2014년 자사의 주인정신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초 MBC게임이 폐국한 이후 e스포츠계의 정서는 바뀌고 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함께 해온 프로리그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들려왔고 실제로 기업들이 게임단을 철수했다. MBC게임까지 음악 채널로 전환되면서 게임 방송사 안에서는 한 종목을 주도적으로 맡아 이끄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프로리그의 스포TV 게임즈 일원화는 이러한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15년 동안 e스포츠를 중계해온 온게임넷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못 믿어서가 아니다. 당연히 스타2 프로리그도 온게임넷과 함께하는 것이 협회의 베스트 안일 수 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로 인해 편성 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온게임넷의 사정에 기대기 보다는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여력이 있는 스포TV 게임즈를 택한 것이라 풀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온게임넷의 스타2 프로리그를 기대하던 팬들에게 스포TV 게임즈의 단독 중계는 아쉬움이 큰 이슈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신규 게임 채널이 갖고 있는 패기와 열정이 스타2 프로리그와 합쳐진다면 하향세를 타고 있는 스타2의 활성화에 활력소가 될 것임에도 틀림 없다. 스포TV 게임즈도 채널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부터 스타2 프로리그라는 큰 임무를 맡았으니 주인정신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도 틀림 없다.
끝으로 스타2 프로리그가 진행되는 장소는 더 이상 좁아 터진 신도림 e스타디움이 아니라는 것도 팬들에게는 희소식이며 기대하도록 만드는 요소임에 틀림 없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