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 관계자들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즐겨 보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이 업계에 10년 이상 몸 담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송년회 시즌인 12월을 맞아 이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다들 좋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보따리를 푸는데요. 대부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흥행했던 시간들을 되새깁니다. e스포츠의 태동기, 매 경기 구름 관중을 몰고 왔고 특별한 전략이 등장하면 배틀넷에서 너도나도 그 전략을 쓰겠다고 모이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계자 A는 그 시절을 되새기고 싶지 않다는군요.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이었고 정 때문에 팀에 남아 있던 선수들에게 무엇 하나 해주고 싶어도 아끼고 또 아껴서 운영비로 돌려야 했던 시절이 싫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기업팀에 인수됐고 선수들도 연봉을 받기 시작했지만 성적과 계약 등 과거의 정이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을 뿐이라고 하네요. 술자리에서 A의 이야기를 들은 관계자들은 조용해지면서 소주 잔을 들이켰다고 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사실들은 팩트이지만 추억은 주어진 상황,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죠. 10년 후에 '응답하라 2013'의 e스포츠 버전이 나오면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의 술잔을 부딪치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