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프라임과 CJ 엔투스의 경기가 열렸던 넥슨 아레나에서도 역시나 선수들의 표정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흘러갔고 프라임과 CJ 모두 그날 이미 1승씩을 기록했던 장현우와 김준호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에이스 결정전에서 프라임 장현우가 혼자 하는 말을 넥슨 아레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화면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장현우는 전투가 펼쳐질 때마다 혼잣말로 "침착하자", "잘하자. 넌 이길 수 있어"를 반복했습니다.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장현우는 이 말을 계속 내뱉었고 처음에는 이 모습을 보고 웃던 관중들 조차도 나중에는 '장현우가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저렇게까지 최면을 걸까'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장현우는 자신의 중얼거림대로 침착하게, 잘했고, 이겼습니다. 소속팀인 프라임은 4연패 뒤에 꿀맛 같은 1승을 기록했습니다. 장현우는 김준호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난 뒤 동료들과 함께 마음껏 기쁨을 누리며 팀의 프로리그 첫 승을 자축했습니다.
장현우는 경기가 끝난 뒤 사진을 찍는 동안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오한이 걸린 사람처럼 스스로 자제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보면서 장현우가 얼마나 이기고 싶었는지 1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석에서 혼자 앉아 중얼거렸던 "침착하자", "이길 수 있어"라는 말이 진짜 자신의 내면에서 나왔던 말이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기석에서 혼잣말을 계속 했던 이유를 물어보니 장현우는 "보는 사람들에게는 웃긴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이기고 싶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팬들의 실소를 자아내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장현우의 승리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부끄러움마저도 떨칠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이긴 뒤에 손을 떨 정도로 좋아하는 선수를 보니 신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도 하게 됐죠. 경기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조차도 1승의 소중함을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승리 후 진심으로 기뻐하는 선수들을 더 많이 만나기를 바라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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