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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재주는 곰이 넘고...

데일리e스포츠의 사진에서 워터마크  부분만 잘라서 게재한 국내 굴지의 매체의 보도.
데일리e스포츠의 사진에서 워터마크 부분만 잘라서 게재한 국내 굴지의 매체의 보도.
"오늘의 게스트는 000씨입니다. 여러분 누구인지 궁금하시지요? 궁금하면 검색어 쳐보시고 순위 좀 올려주세요."

주말에 취재차 인천삼산월드체육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려온 멘트다. 실시간 검색어를 입력해서 순위가 올라가면 게스트를 조금 더 알릴 수 있기 때문에 검색을 유도하는 장면이다.

실시간 검색어가 인기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차치하고 TV 프로그램에서도 특이한 게스트나 신기한 장면, 단어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검색을 하고 이는 곧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반영되어 세상에 알려진다. 얼마 전 짝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도슨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소개되면서 이틀 정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실시간 검색어로 먹고 사는 분야도 있다. 바로 인터넷 뉴스 매체다.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업체든, TV 뉴스를 생산하는 업체든 모든 업체는 속보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 매체를 갖고 있다. 이른바 '닷컴 사이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초에 들어와서는 '실시간 검색어 속보 전쟁'을 펼치고 있는 뉴스 업체들의 닷컴 사이트들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25일 열린 판도라TV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2013-14 시즌의 결승전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 1, 2위를 달리는 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네이버의 경우 1위부터 10위까지 메인에 노출되는데 이 가운데 7~8개가 롤챔스 결승전과 관련한 내용이었고 다음도 15위 안에 5개 이상이 포함됐다. 실시간 검색어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각종 언론 매체의 인터넷 뉴스팀도 가동되면서 극렬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분야는 데일리e스포츠와 같이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매체다. 결승전 실황과 경기 스트레이트,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있는 전담 매체의 사진과 기사들이 무단으로 도용됐기 때문이다.



LOL 챔피언스 윈터 개막전에서 데일리e스포츠가 촬영한 팝스타 아리 조은나래.
LOL 챔피언스 윈터 개막전에서 데일리e스포츠가 촬영한 팝스타 아리 조은나래.

데일리e스포츠가 판도라TV 롤챔스 윈터 개막전에서 촬영한 리포터 조은나래의 팝스타 아리 코스프레 사진은 여러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사용됐다. 조선닷컴, 서울신문, 힌국일보의 계열사 등 국내 유수의 언론사들이 데일리e스포츠의 사이트에 게재된-정확하게 말하면 네이버나 네이트, 다음에 전송한 기사-사진을 사용했다. 이들이 사진을 퍼가는 과정에서 데일리e스포츠의 사진임을 증명하는 회사 로고-기자들 사이에서는 워터마크라고 부른다-는 지워졌고 '공공재'가 돼버렸다.

불철주야 현장을 뛰어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이처럼 힘 빠지는 일은 없다. e스포츠 현장에서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의 기자들을 본 적은 없다. 사진 기자들도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더더욱 본 적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일하는 사이트에는 관련 인물들의 얼굴이 올라가 있다. 우리 회사가 찍은 사진으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을 떼놈이 챙긴다는 속담이 있다. e스포츠 매체들은 매일 같이 현장을 취재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땀 흘려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쓴다. 돈 많고 사람 많고 인프라에 여유도 있는 국내 유수의 매체들은 PC 앞에 앉아 실시간 검색어를 눈 여겨 보고 있다가 사진을 캡처하고 편집 프로그램으로 살짝 오려낸 뒤 자기네 사진과 기사인양 사이트에 게재한다. 그리고 포털을 통해 클릭 수를 올리고 그에 합당한 금액을 포털로부터 챙긴다. 한 달에 수천만원의 금액이 이들의 포털로 들어가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 취재보도론을 들으면 선생님들은 언론의 생명은 현장성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2014년 언론의 생명은 PC 앞에 있는 것 같다. 일부에 국한된 사안이겠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사진을 도용하고 출처 없이 기사를 베껴 쓰는 일은 분명 불법이기 때문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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