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원이삭을 1대1로 만나보면 누구도 그가 건방지거나 성격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지 못한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깊다. 게다가 예의도 바르다. 한번도 인사를 거른 적이 없다. 프로게이머 중 누구보다 성실하고 수줍으며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청년이다.
얼마 전 그는 통신사 맞대결에서 또다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원이삭은 이영호에게 승리한 뒤 자를 가지고 나와 세리머니를 했다. 이영호가 항상 자로 세팅을 하는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의 세리머니는 찬반으로 나뉘었다. 재미있었다는 반응과 이영호가 이기기 위해 세팅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것은 지나쳤다는 반응이 같이 나왔다.
정작 이영호 본인은 원이삭의 세리머니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중요한 경기에서 패했다는 사실이 이영호를 자극했다. '자' 세리머니를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세리머니라는 것은 이긴 자의 특권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인해 원이삭이 욕을 먹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이영호의 이야기였다.
e스포츠는 원이삭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이슈를 생산하고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찬반토론까지 이끌어 내는 선수. 하지만 밑바탕이 되는 것은 실력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가 세리머니도 잘하고 이슈거리도 만들어 낸다면 e스포츠에는 그만한 선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지나치게 원이삭의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는 것 같다. 원이삭 이외에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세리머니상을 제정한 것도 프로리그 활성화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노력에 '응답'한 것은 지금까지는 원이삭이 유일하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팬들이 우려하는 선수들간의 다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선수들은 서로의 플레이를 존중하고 세리머니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프로들은 그렇게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팬들은 오히려 프로들에게 아마추어의 행동을 강요하고 있는 듯 해 아쉽다. 세리머니 하는 선수를 만날 욕한다면 누가 세리머니를 시도할 수 있단 말인가. 팬들의 욕이 무서워서 세리머니를 하려는 선수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팬들은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말처럼 '세리머니는 세리머니일 뿐'이다. 그 선수의 인성까지 모독하는 오해는 앞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SK텔레콤의 넓고 빠른 LTE-A로 즐기는 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