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역시 수상 결과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호종이 호명되자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T1 LOL팀이 싹쓸이를 막기 위한 희생양이 정언영으로 선택됐나"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팀 성적뿐만 아니라 킬과 어시스트의 데스율로 개인 성적의 표본으로 자리매김 한 KDA 역시 정언영이 훨씬 나은 상황에서 이호종의 수상은 뜬금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대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SK텔레콤 K가 독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객관적인 성적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식은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객관적인 성적이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언영은 상을 받지 못했다. 잘해 놓고도 운이 좋지 않아 수상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연말마다 각 방송사들은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을 진행한다. 그리고 매번 나눠 먹기 식 수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아무리 e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결국 본질은 스포츠 아닌가. 객관적인 데이터와 성적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연기대상처럼 독식은 안되니 한 명은 다른 사람 주자는 일명 나눠 먹기 식의 수상자가 나온 것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
SK텔레콤 T1 K가 독식하면 어떤가. 분명 2013년은 SK텔레콤 K의 해였다. 그들은 롤챔스에서 최초로 2연속 우승을 기록했고 한국팀 최초로 롤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들이 독식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독식을 막은 모습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웠고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을 수상한 다른 상들의 진정성마저 의심되게 만들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의 입에서 "정언영은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비록 수상하지 못했지만 1년 동안 팀을 위해 묵묵하게 애쓴 정언영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팬들의 마음 속에는 정언영이 탑 최우수 선수임을 기억하고 이번에 본인만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탑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호종 역시 피해자인 상황에서 팬들은 더 이상의 비난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호종이 자신의 의지로 받은 상은 아니기 때문에 이호종 역시 누구의 비난도 받을 이유는 없다.
다음 대한민국e스포츠 대상은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수상자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고 e스포츠 대상이 진정한 e스포츠 축제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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