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부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리그와 각종 방송으로 인사를 드렸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인사 드리게 돼 기쁘고, 또 설렙니다.
요즘 국산 게임 리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래 되었음에도 유저 여러분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으로 새롭게 부활하는 리그도 있고, 연일 현장 관람객 집계에서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외산 게임들에 못지 않은 훌륭한 성적의 리그들이 등장하고 있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액션토너먼트(던전앤파이터와 사이퍼즈)가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성과 높은 수준의 경기력, 관객들의 호응이 한데 맞물려 어느 때보다 큰 흥행을 이어나가는 중인데요. 이제 챔피언의 탄생까지 3주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던파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선수와 우승을 위한 핵심 요소들에 대해 짚어드리고자 합니다.
◆조신영, 소년에서 헐크가 되기까지
이번 리그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어는 누구였을까요? 김현도의 귀환, 이제명의 퍼펙트 2연승, 최우진의 칼라러시 등도 흥미로운 요소였지만 저는 주저 없이 '로그' 조신영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도적'이라는 희소성과 깔끔한 외모, 화려한 콤비네이션이 일품인 선수죠.
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 때문에 조신영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신영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기 때문인데요.
경기가 끝나는 순간(승패 여부에 관계 없이) 조신영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얼굴과 몸짓에 드러냅니다. 짜릿한 역전의 순간에는 온몸을 전율시키는 감정에 몸을 맡기고, 패배 후에는 그 어떤 선수보다 패배에 대해 분노합니다.
장르(?)의 차이는 있지만, 초기 던파리그의 아이콘이었던 '포이즌' 백창훈 선수가 보여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죠. 하얗고 여려 보이는 어린 선수가 승부를 통해 '상남자'가 되는 모습에 반해서일까요. 유난히 현장에는 조신영 선수의 여성 팬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조신영의 성향 덕분에, 최근에는 '헐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평소 얌전하고 내성적일 것 같은 조신영이 패배 후 각성하는 모습은 어느새 액션토너먼트 던파의 큰 이슈로 떠올랐거든요. 지난 주 펼쳐졌던 대장전과 개인전 두번의 경기를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2번의 패배, 2번의 기회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조신영은 지난 주 승자조에서 대장전과 개인전을 모두 치뤘고, 두 경기 모두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승자조 선수가
패배할 경우 한번의 기회를 더 부여하게 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방식이기에, 이번 주 결승 진출전에서 조신영은 또 한번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대장전과 개인전 모두 결승 진출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죠.
개인전에서는 이미 이번 리그 한번 대진한 적이 있는 레인저 이제명과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번 이겨본 상대여서 마음이 편할 것 같지만, 이제명의 최근 기세를 살펴보면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이번 리그에서만 최우진, 정재운, 김태환이라는 강력한 상대들을 차례로 이겨 온 선수이기 때문이죠.
스탠딩 상태에서의 타격에 대해 '리벤저'라는 반격 스킬이 존재하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로그'를 상대할 '난사', '멀티 헤드샷' 등 다양한 슈퍼아머 견제 기술들로 카운터 어택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제명은 최근 개인전에서 6라운드 연승을 이어가고 있어, 그 기세 역시 엄청납니다.
조신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콤보 미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동안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번번히 '엑셀 스트라이크' 타이밍에 실패하거나 무리하게 바닥 콤보를 이어가다 반격을 허용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었는데, 이번 주 경기가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신중하고, 안전하게 콤비네이션을 이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허물 벗기' 쿨타임을 관리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겠죠.
대장전은 상대팀 선수들과 물고 물리는 상성 관계가 있습니다. 조신영이 속한 '위너' 팀은 로그, 퇴마사, 여레인저로 이루어져 있고, 상대인 제닉스스톰X는 인파이터, 엘레멘탈마스터, 아수라의 구성이죠. '어떤 팀이 더 유리하다'는 예상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엔트리 싸움이 굉장히 중요한 승부가 될 겁니다.
또 대부분의 선수들이 리그에서 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서로 연습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대에 맞춰 전략을 짜온다는 개념보다는 '나만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 선수가 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년은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약 8년의 역사를 가진 던파리그에서 지금까지 양대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마도학자' 권민우 선수가 유일합니다. 그 대단한 김현도조차 아직까지 대장전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죠. 이제 선수들에게는 결승 무대에 도달하기까지 단 한 개의 장애물만이 남아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가 될 결승 진출전에서, '헐크' 조신영은 결승 무대에 올라 다시 한번 각성할 수 있을까요? 2월 17일 오후 4시에 치뤄질 액션토너먼트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