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조신영을 중심으로 펼쳐진 명경기들, 즐겁게 감상하셨나요? 결국 우여곡절 끝에 조신영은 개인전과 대장전 모두 양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유일한 도전자가 되었고, 이제 챔피언의 탄생까지 단 한번의 경기만이 남아 있습니다.
물론 조신영과 위너가 강력한 도전자임은 틀림없지만, 승자조에서 결승으로 직행한 선수들은 그 이상의 경기력과 클래스를 입증해 낸 선수들이겠죠. 또 승자조를 거쳐 결승에 합류한 선수들에겐 한세트의 어드밴티지도 주어지게 됩니다.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1:0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점은 본인에게도 이득이지만, 상대 선수에게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게 하죠.
오늘은 길었던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액션토너먼트 시즌 윈터의 결승전 관전 포인트를 짚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왕의 귀환, 제왕은 부활할 수 있을까?(대장전 결승 - 왕의귀환 vs 위너)
누군가 저에게 묻더군요. 왜 그렇게까지 김현도에게 기대를 갖느냐고. 공백기도 길었고, 예전처럼 스트라이커가 상성 없이 어떤 직업이든 다 잡아먹는 포식자 캐릭터도 아니라는 것이었죠.
글쎄요. 해설위원으로서 바람직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제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김현도니까."
방송 경기, 특히 결승전에서 뿜어내는 김현도의 위압감, 위기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신기에 가까운 콘트롤이 저를 이미 김현도의 팬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그만큼 김현도는 그만이 가진 특유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선수입니다.
군 전역 이후 결승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김현도였지만, 이제서야 결승전에서 그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것도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대장전에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팀원들도 자신의 몫 이상을 해 주고 있습니다.
소울브링어 최우진은 강력한 '칼라' 파워를 앞세워 상대방을 괴롭히고 있고, 이제명은 누구든 상대할 수 있는 올킬 멤버로 거듭났으니까요.
'왕의귀환'과 '위너'는 이미 승자조 결승에서 한번 마주쳤었습니다. 결과는 왕의귀환의 승리. 특히 김현도가 '슈퍼아머'를 앞세워 상대팀 에이스인 조신영을 꽁꽁 묶어놨기에 가능한 결과였죠. 이번 결승전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누가 뭐래도 위너의 핵심은 조신영의 '로그'이며, 그를 제압할 수 있는 대항마 역시 김현도뿐입니다. 김현도의 '왕의귀환'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는 알 수 없지만, 돌아온 제왕이 결승전에서 화끈하게 부활하며 팬 여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길 바랍니다.
◆황제마저 쓰러뜨린 스트라이커 No.1, 정상천 (개인전 결승 - 정상천 vs 조신영)
던파리그 8년의 역사에서, 스트라이커는 언제나 리그의 핵심이며 중심이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비운의 천재 장웅이 있었고, 4관왕 김현도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위업을 달성해 왔죠. 그리고 이 계보를 잇는 스트라이커가 바로 정상천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 8강 첫경기에서는 김현도와의 동직업전을 펼쳐 승리했고, 승자조 결승에서는 조신영을 풀세트 접전 끝에 금강쇄 한방으로 제압한 선수죠.
2년간의 군복무로 인해 공백이 생긴 김현도에 비해, 정상천은 국내리그와 WCG, F1 결투천왕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를 소화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내공을 갈고 닦아 왔습니다. 순간적인 카운터 능력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돌격력, 실수가 없는 안정적인 콤보는 정상천을 김현도를 넘어설 유일한 스트라이커로 떠오르게 했죠.
그리고 실제로, 이번 대회 8강에서 김현도와 대전하게 됩니다. 누가 저에게 해설위원 입장에서 역대 가장 수준 높은 경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김현도와 배틀메이지 신철우의 개인전 경기를 꼽아 왔습니다. 던파의 결투 시스템과 판정, 카운터 싸움을 단 한 경기에 오롯이 담아낸, 최고의 경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정상천과 김현도의 경기를 보면서 순위가 바뀌었습니다. 동직업전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쿨타임 끊기와 역카운터, 스트라이커의 직업 특성상 발생하는 물러남이 없는 공격 일변도 수준 높은 경기에 결투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심장이 뛰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상천의 승리였죠.
결승전 경기도 이에 못지 않은 수준높은 대전이 될 겁니다. 실제로 한 번 경기를 펼친 적이 있는 두 선수이기에 상대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두 직업의 유리하고 불리한 타이밍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결투의 교과서 같은 경기가 펼쳐지리라 예상합니다.
조신영의 대장전 승리 여부도 중요하겠죠. 지난 승자조 결승에서도 대장전에 패배한 후 그 기운이 개인전까지 영향을 끼쳤으니까요. 혹 대장전에 패배하더라도, 빠르게 털어내고 개인전에 집중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겠습니다.
액션토너먼트 시즌 윈터를 시작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결승전을 앞두고 있네요. 그만큼 이번 시즌은 치열하고 흥미로운 사건의 연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액션 토너먼트의 마무리, 그리고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도록 모든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