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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타올라라, 헬리오스

나진 블랙 소드의 정글러 '헬리오스' 신동진.
나진 블랙 소드의 정글러 '헬리오스' 신동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선수들은 남 모르는 고민이 많다. 얼마전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팀에 속한 한 선수가 고민 상담을 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소위 '잘 나가는' 선수들도 고민이 있을진데 성적이 부진한 선수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번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나진 블랙 소드로 옷을 갈아입은 '헬리오스' 신동진은 그동안 긴 부진에 빠져있었다. MiG 블레이즈(현 CJ 블레이즈)의 창단 멤버였던 신동진은 초창기 팀 부흥을 주도하며 국내 최고의 정글러로 불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신동진의 활약은 보이지 않았고,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 묻혀 어느새 팬들에게는 그저그런 선수가 돼 있었다.

블레이즈에서 프로스트로 옮긴 지난 윈터 시즌에는 아마 신동진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욕을 먹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팬들에게 있어 프로스트의 모든 패배 원흉은 신동진이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팀을 옮기고 한창 적응을 해야할 때 지나친 팬들의 관심(?)으로 신동진은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경기 내에서도 잔뜩 움츠러든 플레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위축된 채 경기에 임하다보니 킬 보다 데스가 훨씬 많았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팀 색깔도 맞지 않았다. 그렇게 밝던 그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맹목적인 비난은 선수, 그리고 팀에 있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수가 부진을 털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고 부족한 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 과정에서 팬들의 응원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신동진은 응원은 커녕 무조건적인 질타만 받았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 해당 선수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안그래도 가냘펐던 신동진의 몸은 뼈만 앙상하다.

하지만 신동진의 얼굴은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신동진은 나진 소드로 이적한 후 펼친 첫 공식전인 LOL 마스터즈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첫 승리 후 인터뷰에서 신동진은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자신을 욕하던 팬들에게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신동진은 첫 승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기 때문이다. 신동진은 롤챔스 스프링 2차 예선에서도 선발 출전해 도합 14킬 22어시스트로 완벽히 부활했음을 입증했다.

자연스레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동안 신동진에 대한 글은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완벽히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제 신동진은 지금 기세를 쭉 이어가는 것만 남았다.

신동진의 아이디인 '헬리오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을 뜻한다. 헬리오스는 로마에서 솔과 동일시되며 로마의 여러 신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부침이 심했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겨낸 신동진이 앞으로는 국내 LOL 리그에서 태양신 '헬리오스'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본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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