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초창기만 해도 기발한 전략이나 참신한 챔피언들이 종종 등장하곤 했다. 원상연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서포터라던가 강한울의 탑 코르키 등 당시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챔피언 그리고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국내 LOL 리그는 단지 이기기 위한 대회로 변모했다. 도박이나 승부수는 없다. 가장 안정적인 챔피언을 조합해 승리를 위한 운영을 한다. 그러다보니 보는 맛이 덜해졌다. 경기를 보다 지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난달 진행된 롤챔스 스프링 예선에서는 총 45개의 챔피언이 등장했다. LOL에는 총 117개의 챔피언이 있지만 그 중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이는 바꿔 말하면 대회에서 쓸만한 챔피언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팀 입장도 이해가 된다. 프로팀은 승리를 최우선시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을 고를 수 밖에 없고 그 '이길 수 있는' 챔피언은 한정적이다. 그러다보니 매번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LOL 메타는 돌고 돈다. 미드 라이너가 성장에만 집중해 후반을 바라보는 더티 파밍 메타, 빠르게 포탑을 밀고 운영에 들어가 상대를 흔드는 포탑 철거 메타, 원거리에서 상대의 체력을 깎아 놓은 뒤 일격에 제압하는 포킹 메타 등 그동안의 LOL 리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다양한 메타가 있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타는 왜 생기는 것일까. 언제나 특정 시기에 특별히 좋은 챔피언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 게임은 물론 대회에서도 각광 받았다. 더티 파밍에는 애니비아, 카서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포탑 철거 전략에는 케이틀린이 선호됐다. 또 포킹 메타에는 제이스, 럼블, 니달리가 소환사의 협곡을 주름잡았다.
LOL 대회의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는 꾸준히 밸런스 패치를 통해 대회는 물론 이용자들에게 최적의 게임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허나 한 번의 패치에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그동안 공들여 연습해 온 챔피언이 대회에서 쓸 수 없을 정도로 너프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육식 정글러 메타 초기 소환사의 협곡을 활발히 누비던 볼리베어, 자르반 4세, 신 짜오는 지금은 대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다가오는 패치에도 현재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카직스, 야스오 너프가 예정돼 있다.
'이 챔피언은 너무 좋아. 그러니 조금 하향할 필요가 있어'라는 게 라이엇게임즈가 항상 보여왔던 패치 패턴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떨까. '이 챔피언이 강하니 이에 대항할 챔피언을 더 강하게 해야겠어'라고.
지난 2012년 라이엇게임즈 본사에서 시니어 프로듀서인 트래비스 조지에게 "대회에는 항상 나오는 챔피언들만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트래비스는 "챔피언들은 게임 내에서 각자의 특성에 맞게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챔피언들이 무조건 대회에서 사용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물론 모든 챔피언이 대회에 사용될 필요는 없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매번 같은 챔피언만 나오는 LOL 경기가 과연 언제까지 재미있을까. 트래비스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대회에서 다양한 챔피언이 나오는 것은 중요하다. 국내에 LOL e스포츠가 첫 발을 내딛은 지 2년 만에 지루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팬들은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원한다는 말이다.
LOL을 축구, 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로 키우겠다는 라이엇게임즈에게 현 상황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회에서 나오는 챔피언들이 비슷한 것은 메타 영향이 크나 다양한 챔피언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종목사인 라이엇게임즈의 몫이다.
만약 LOL 팬들에게 "오늘 경기 탑 라인에는 어떤 챔피언이 나올까?"라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레넥톤과 쉬바나"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예측하기 힘든 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그것이 스포츠의 재미고 말이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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