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늘 중계석을 지키고 있던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다. 2년 동안 매주 들어왔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김동준 해설위원이 롤챔스에서 하차한 것이다.
2012년 초 LOL 인비테이셔널부터 LOL 해설을 시작한 김동준 해설위원은 어지러운 교전 상황에서도 정확히 핵심을 짚는 뛰어난 안목과 귀에 쏙 들어오는 명쾌한 목소리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선수들이 고를 챔피언을 미리 맞추는 능력은 김동준 해설위원의 전매특허였다. 언제나 팬들에게 국내 최고의 LOL 해설가는 김동준이었다.
온게임넷이 밝힌 김동준 해설위원의 하차 이유는 휴식이다. 지난 14일 온게임넷 관계자에게 하차 소식을 전해들었고 당일 김동준 해설위원에게서 받은 답변도 '조금 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칠 만도 했다. 이현우 해설위원이 합류하기 전에는 시즌 중 일주일에 2~3회 경기를 모두 중계했고 해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프로 선수들의 스크림이나 솔로랭크 관전도 놓치지 않았다. 또 해외 대회까지 잠을 줄여가며 챙겼다.
문득 꼭 1년 전 김동준 해설위원과 했던 인터뷰가 떠오른다. 당시 김동준 해설위원에게서 '진짜 프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부심, 긍지를 말하는 김동준 해설위원의 얼굴은 마치 좋아하는 친구를 떠올린 어린 아이 같았다.
김동준 해설위원은 LOL 공식 가이드 영상 더빙을 맡기도 했다. 사석에서 라이엇게임즈 관계자에게 "왜 김동준 해설위원을 선정했나"라고 물은 적이 있다.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목소리다. 발성이나 발음을 따졌다면 성우를 썼겠지만 김동준의 목소리는 팬들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김동준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LOL 팬들에게 김동준 해설위원은 곧 믿음이다. 같은 말도 김동준 해설위원이 하면 무게가 다르다. 이는 그동안 김동준 해설위원이 노력으로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
"저도 사람인데 쉬고 싶죠. 하지만 팬들이 제게 많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1년 전 인터뷰에서 김동준 해설위원이 했던 말이다. 팬들은 아직도 김동준 해설위원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김동준표' 해설을 들려주길 바라고 있다.
김동준 해설위원의 하차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뒷이야기가 많다. 사실이야 어쨌든 김동준 해설위원이 가졌던 LOL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길 바란다. 나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와 함께 돌아오길 바란다. 김동준 해설위원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은 것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