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노래들을 다시 부르는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도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이 현장에 나와 후배들이 편곡한 곡을 들으면서 감회에 젖고 전설의 팬과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팬들이 한 데 어우러져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만들기도 한다.
e스포츠도 역사는 길지 않지만 추억을 되새길만한 이슈들이 많다. 10년 넘도록 최고의 e스포츠 콘텐츠로 자리를 지켜온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는 정식 리그가 끝났지만 인터넷 방송 리그나 이벤트전을 통해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주 막을 내린 픽스 스타리그는 1,600여 명의 팬들이 현장을 찾아 관람했고 인터넷 방송으로는 45,000 명이 관전하면서 인기를 증명했다. 또 홍진호, 박정석, 강민, 이병민 등 과거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이 나와 기량을 겨룬 스타 파이널 포 또한 하루 동안 진행된 이벤트전이었지만 넥슨 아레나를 가득 채웠고 인터넷 방송으로도 큰 성황을 이뤘다.
워크래프트3에서도 장재호를 위한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워크래프트3는 2013년 중국 쿤산에서 열린 WCG를 끝으로 국제 대회가 모두 중단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인 '문' 장재호도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기리는 자리가 열린 것. 중국 선수들과의 온라인 대결이긴 했지만 장재호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컨트롤과 경기력을 선보이며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오는 27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종목으로 추억을 되새기는 장이 마련된다. SK텔레콤 LTE-A 리그 오브 레전드 마스터즈의 올스타전에서 MiG(현 CJ 엔투스)와 EDG(현 나진e엠파이어)의 원년 멤버들이 추억의 대결을 펼친다. 한국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양대 산맥을 이뤄왔던 MiG와 EDG의 원년 멤버들인 MiG는 '샤이' 박상면,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래피드스타' 정민성, '웅' 장건웅,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출전하며 EDG는 '막눈' 윤하운, '모쿠자' 김대웅, '훈' 김남훈, '히로' 이우석, '비닐캣' 채우철이 경기에 나선다. LOL 리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추억의 대결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1과 워크래프트3, LOL 등 외국 게임으로만 이벤트전이 형성되는 현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세를 이뤘던 종목에만 레전드 선수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스페셜포스, 피파온라인, 서든어택 등 국산 종목들도 전설급 선수들이 존재한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사회인이 됐거나 군에 입대해서 병역을 이행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레전드들의 플레이를 보고자 하는 팬심은 여전히 있다.
2014년 국산 게임들의 1차 시즌이 대거 마무리된 상황에서 2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국산 종목의 e스포츠 리그의 경우 다음 시즌에 들어가기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린다. 휴지기가 꽤 길다는 뜻이다. 휴식기 동안 해당 종목의 팬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간 동안 추억의 선수들, 전설의 선수들이 이벤트전에 나선다면 기다림의 강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
또 선수들에게는 현재와 추억을 연계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타 파이널 포의 경우 1세대 프로게이머들과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여 화합의 장을 이뤄냈다. 10년이 넘는 터울이 있었지만 선수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e스포츠 업계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가 모여 미래를 논의하는 장이 자연스럽게 마련됐다.
외산 e스포츠 종목보다 생명력이 짧은 국산 e스포츠 종목들일수록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논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선배들의 고민이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함께 길을 찾는다면 희망찬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추억은 현재와 이어졌을 때 빛을 발한다. 은퇴 선수들이 업계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전설로 남을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다면 종목의 생명 연장을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스포츠 업계가 융성하고 풍성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 없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